[한자 이야기]<1336>許子는 冠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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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2일 03시 00분


陳相(진상)은 農家類(농가류)의 인물 許行(허행)을 만나보고 기왕에 공부하던 유학을 버리고 허행을 따라 배웠다. 그리고 맹자를 만나 허행의 말을 전하였다. 맹자는 陳相이 허행의 설에 모순이 있음을 깨닫게 하기 위하여 반문을 하였다. 먼저 맹자는 허행이 직접 경작을 하여 곡식을 구하는 줄을 알면서도 허행에게 그 사실을 확인하고, 다시 허행의 복식에 대해 물었다. 맹자는 허행이 직접 삼베를 짜서 그것으로 옷을 만들어 입느냐고 물었는데, 이에 대해서 진상은 허행은 갈옷을 입는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맹자는 허행의 冠에 대해서 물었다.

冠乎는 ‘관을 쓰는가’로, 冠은 명사에서 동사로 전성하였다. 奚冠은 ‘무슨 관을 쓰는가’ 묻는 말이다. 素는 장식하지도 않고 염색하지도 않은 흰 비단이다. 自織之與는 ‘스스로 그것을 짜는가’로, 與는 의문종결사이다. 以粟易之는 자신이 경작해서 수확한 곡식으로 그 素冠을 바꾼다는 뜻이다. 奚爲는 ‘어째서’이다. 의문사 奚가 개사 爲의 목적어로, 도치된 것이다. 害於耕은 耕作(경작)에 妨害(방해)가 된다는 뜻이다.

처음에 陳相은 許行의 말을 전하여, 백성들과 함께 나란히 밭을 갈아 그 소출로 밥을 해 먹고 아침밥과 저녁밥을 손수 지어 먹으면서 백성을 다스리는 것을 어진 군주의 이상이라고 제시했다. 爲政者(위정자)도 서민들과 똑같이 노동을 해야 한다는 뜻에서였다. 하지만 맹자는 위정자는 정치를 分掌(분장)해야 하므로 모든 일을 스스로 해나갈 수는 없다고 보았다. 그래서 연쇄적인 질문을 통해 陳相 스스로 ‘허행이 농사는 직접 짓지만 모자 짜는 일은 농사일에 방해가 되어 하지 못한다’는 점을 확인하게 만들었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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