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노의 음식이야기]<133>어묵꼬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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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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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서 전래후 한국化… 겨울철 ‘거리음식’으로 인기

겨울이면 즐겨 먹는 거리음식 중 하나가 어묵꼬치다. 순대, 떡볶이 등의 토종 음식과 달리 일본에서 발달해 우리나라로 전해져 한국화한 음식이다. 그래서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별다른 거부감 없이 오뎅이라는 일본 이름을 사용한다.

간혹 우리말 어묵과 일본말 오뎅을 동의어로 쓰기도 하는데 어묵과 오뎅은 엄연히 다르다. 어묵을 재료로 해서 만드는 음식이 오뎅이기 때문이다.

일본어 사전을 찾아보면 오뎅은 어묵, 두부, 곤약, 무, 계란 등을 꼬치에 꿰어 간장으로 간을 한 국물에 끓인 음식이라고 설명해 놓았다. 혹은 두부에 된장을 발라서 꼬치에 꿰어 구운 음식이라는 풀이도 보이는데 일본 전통 오뎅에 관한 설명이다.

재미있는 것은 우리가 어묵꼬치라고 부르는 오뎅이라는 일본 이름의 유래다. 오뎅을 한자로는 어전(御田)이라고 쓴다. 글자만으로 봐서는 임금이 농업을 장려하기 위해 몸소 경작하는 논밭이라는 뜻이지만 일본말에서는 전혀 의미가 달라져 어묵꼬치라는 뜻이 된다.

일본 ‘어원유래사전’에서는 오뎅이 전악(田樂)이라는 단어에서 비롯된 말이라고 한다. ‘밭 전(田)’과 ‘음악 악(樂)’이라는 글자에서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밭에서 부르는 노래, 다시 말해 농악이라는 뜻이다. 농악을 의미하는 전악에서 뒤에 있는 악(樂)자를 떼고 대신 앞에는 존칭을 나타내는 접두어(御)를 붙인 것이 바로 어전(御田), 즉 오뎅이라는 단어다.

오뎅의 어원이 되는 전악(田樂), 일본말로 ‘덴가쿠’는 12세기 무렵에 유행했던 일본 전통 농악이며 동시에 농사를 지을 때 추는 춤이다. 모내기를 비롯해 밭에 씨를 뿌리면서 풍년을 기원하며 불렀던 노래와 춤에서 발전한 것이라고 한다.

전혀 관계가 없을 것 같은 어묵꼬치 오뎅과 일본의 전통적인 민속 농악인 덴가쿠의 관계에 대해 일본 ‘어원유래사전’에서는 두부를 꼬치에 꿴 모습이 옛날 일본 농부들이 풍년을 기원하는 노래를 부르며 농악에 맞추어 춤추는 모습과 비슷하게 닮았기 때문에 생긴 이름이라고 풀이해 놓았다. 우리가 별 생각 없이 말하는 오뎅이라는 일본의 음식 이름이 풍년을 기원하며 춤추는 고대 일본 농부의 모습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이 엉뚱하다.

참고로 옛날 일본 오뎅은 어묵을 끓이는 대신 두부를 꼬치에 꿰어 산초를 으깨어 섞은 된장 등을 발라서 굽는 형태였다고 하니 우리나라의 두부 산적과 비슷한 형태의 요리가 일반적이었던 모양이다.

일본에서 오뎅이 발달하고 퍼진 것은 임진왜란 이후인 에도 시대부터라고 하는데 이 무렵부터 간장으로 국물 맛을 내는 요리법이 발달하면서 오뎅의 요리법 역시 다양해진다. 꼬치에다 두부를 꿰어 된장을 발라서 굽는 방식에서 두부와 생선살로 만든 어묵, 그리고 곤약과 무까지 꿰어서 간장 국물에 조리거나 삶는 방식으로 변한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조선시대에도 비슷한 음식이 보인다. 정약용은 ‘여유당전서(與猶堂全書)’에서 친구들이 모여 두부를 꼬치에 꽂아 닭고기 국물에 지져 먹는다고 적었고 또 두부에 된장을 발라 굽는다고도 했다. 낙지가 아닌 두부로 만드는 전통 연포탕의 한 종류다. 우연의 일치인지 혹은 음식문화 교류의 결과인지 우리의 전통 연포탕과 일본 전통 오뎅은 상당 부분이 닮았다.

<음식문화평론가>
#어묵#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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