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뜨는 영화, 공통 코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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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11일 03시 00분


서울시장 후보경선… BBK 신문… 정치-권력 다룬 작품 흥행몰이

최근 흥행 돌풍을 일으킨 한국 영화의 공통 코드가 있다. 사법부를 정면 비판한 ‘부러진 화살’부터 서울시장 후보 경선을 코믹하게 그린 ‘댄싱퀸’, 범죄 액션 영화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까지 모두 정치와 권력을 다룬다는 점이다. 총선과 대선을 앞둔 올해 “영화도 정치를 담아야 뜬다”는 분석이 나온다.

○ 댄싱퀸, ‘기호 2번 파란색 띠’ 두른 주인공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인권 변호사를 그린 영화 ‘댄싱퀸’(위쪽)과 부산 세관 공무원의 거물 법조 브로커 변신기를 보여주는 ‘범죄와의 전쟁’. JK필름·쇼박스㈜미디어플렉스 제공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인권 변호사를 그린 영화 ‘댄싱퀸’(위쪽)과 부산 세관 공무원의 거물 법조 브로커 변신기를 보여주는 ‘범죄와의 전쟁’. JK필름·쇼박스㈜미디어플렉스 제공
영화 ‘댄싱퀸’의 주인공은 인권 변호사 출신 서울시장 후보(황정민)다. 텔레비전 토론회에서 서울특별시를 ‘턱별시’라고 발음했다가 당황하는 순박한 경상도 남자다. 지난해 서울시장에 당선된 박원순 시장과 이미지가 겹친다.

정민은 당 후보 경선에서 아내(엄정화)의 댄스가수 데뷔 사실이 상대 후보에게 포착돼 “아내도 다스리지 못하는 사람이 어찌 서울을 책임지겠느냐”는 맹공격을 받는다. 하지만 그는 진정 어린 호소로 전세를 뒤집는다. “아내는 다스려야 할 대상이 아닙니더. 서울 시민도 마찬가집니더.” 2002년 대선 때 부인 문제로 공격을 당하자 “제가 그럼 아내를 버려야 합니까”라고 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모습이 떠오른다.

댄싱퀸이 꼭 야당 정치인만 부각한 건 아니다. 정민은 파란색의 기호 2번 띠를 두르고 서울시장 선거에 나선다. 기호 2번은 야당의 상징이지만 파란색은 여당인 옛 한나라당의 상징색이다.

○ 부러진 화살, BBK 문제 우회 공격?

석궁테러사건을 소재로 한 ‘부러진 화살’에도 정치적 메시지가 깔려 있다. 영화는 교도관이 펼친 신문을 몇 초간 포착하는데, “BBK 문제가 있으면 대통령직을 내놓겠다”는 기사 제목과 이명박 대통령의 사진이 나온다. 이 대통령을 비판하기 위한 정치적 의도가 담겼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민주통합당 문성근 최고위원이 작품의 영화화를 제안했다는 점도 분석에 설득력을 더한다.

신문 속 제목은 흥미롭게도 노무현 전 대통령의 화법을 동시에 연상시킨다. 노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 “한나라당 대선자금의 10분의 1 이상을 썼다면 대통령직을 내놓겠다”고 했었다.

○ 범죄와의 전쟁, 엄 실장은 엄삼탁이 모델

영화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는 노태우 전 대통령이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 1990년을 배경으로 한다. 극중 세관 공무원 출신 거물 법조 브로커인 최익현(최민식)이 카지노 영업권을 따내기 위해 접촉하는 ‘엄 실장’은 노태우 정권 실세였던 엄삼탁 전 국가안전기획부 기조실장의 이름을 딴 것이라고 윤종빈 감독은 밝혔다. 영화평론가 정지욱 씨는 정치 영화가 뜨는 이유에 대해 “무겁게 인식돼온 정치 이슈에 영화적 재미를 가미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남희 기자 ir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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