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극 ‘해품달’에 현대 인형극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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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16일 03시 00분


염원희 경희대 강사 “TV 드라마속 민속고증 허술”

구기 공연 장면. MBC TV화면 촬영
구기 공연 장면. MBC TV화면 촬영
MBC 수목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은 4부에서 세자빈으로 간택돼 궁궐로 들어온 허연우를 위해 가상의 세자 이훤이 구기(口技) 공연을 여는 장면을 내보냈다. 구기에 대해 ‘한 사람이 여러 소리를 흉내 내어 청중을 즐겁게 하는 기예’라는 옳은 설명자막을 달았지만 막상 화면에는 인형극이 나왔다. 그마저 실을 잡아당겨 인형의 동작을 보여주는 한국의 전통 인형극이 아니라 손에 끼우는 현대적 인형으로 공연한 것이었다.

15일 서울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열린 실천민속학회 전국학술대회에서 염원희 경희대 강사는 발표문 ‘텔레비전 드라마에 있어 민속의 재현 문제’를 통해 “최근 사극들이 개인의 삶에 초점을 맞추는 미시사를 중시하면서 민속이 드라마를 구성하는 콘텐츠로 각광받고 있으나 제대로 된 고증 없이 방송될 경우 대중이 잘못된 지식을 가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염 강사는 민속적 요소가 부적절하게 활용된 또 다른 사례로 2010년 방영된 KBS ‘성균관 스캔들’의 ‘대사례(大射禮)’ 장면을 꼽았다. 임금과 신하가 한자리에 모여 활쏘기를 하던 대사례 장면을 내보내면서 경기 과정을 상반신 위주로 촬영해 전체 경기모습을 조망하기 어렵게 했다는 지적이다.

반면에 ‘해를 품은 달’에서 왕의 여자를 ‘액받이 무녀(왕에게 일어날 흉한 일을 대신 받는 무녀)’로 설정해 조선시대 국가의 기은(祈恩)을 전담한 성수청과 관상감을 언급하고, 국무(國巫)와 관상감 교수들을 비중 있는 조연으로 등장시킨 것은 긍정적인 사례로 평가했다. 지금까지 깊게 다뤄지지 않았던 국가 차원의 무속을 자연스럽게 알리는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또 염 강사는 궁궐에서 가면을 쓰고 벌이는 나례(儺禮·음력 섣달 그믐날 민가와 궁중에서 묵은해의 잡귀를 몰아내기 위해 벌이던 의식)를 계기로 남녀 주인공이 만나게 되는 것도 민속이 드라마 전개에 적절히 활용된 사례라고 말했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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