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노의 음식이야기]<137>불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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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16일 03시 00분


18가지 고급재료로 만든 중국의 국빈접대 요리

불도장이라는 중국음식이 있다. 얼마 전 TV 시트콤에 불도장을 먹었다는 이야기가 나온 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 요리에 대해 궁금해하는 것 같다. 불도장은 흔히 ‘맛있는 냄새에 끌린 스님이 식욕을 참지 못하고 담장을 넘어 먹은 요리’라고 알고 있다. 그래서 부처 불(佛), 뛸 도(跳), 담장 장(墻)자를 써서 스님이 담장을 넘었다는 뜻의 불도장(佛跳墻)이라는 이름이 생겼다고 말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요리 이름의 유래는 맞지만 실제로 담장을 넘은 스님은 없었다. 다시 말해 스님이 실제로 담을 넘은 것이 아니라 맛있다는 것을 시적으로 표현한 데서 비롯된 명칭일 뿐이다. 알려져 있는 유래에 다소 혼동이 있기에 내력을 자세히 소개한다.

전통적인 불도장은 모두 18가지의 재료로 만든다고 한다. 해삼, 전복, 상어 지느러미, 말린 조개, 상어 입술, 말린 부레, 맛살조개, 닭다리, 돼지곱창, 양고기, 족발, 쇠심줄, 닭 가슴살, 오리 가슴살, 닭 염통, 오리 염통, 표고버섯, 죽순이 들어간다. 그리고 12가지의 보조 재료를 가미해 전통 발효주인 사오싱주를 넣고 요리한다. 요리법을 떠나 재료만 놓고 보면 맛이 없을 수가 없다.

이 음식의 역사는 약 150년이 됐다. 청나라 말 푸젠(福建) 성 성도인 푸저우(福州)의 관전국(官錢局) 관리가 상급관청에서 일하는 주연이라는 관원을 집으로 초대해 음식을 대접했다.

감독기관의 관원을 접대하는 만큼 온갖 정성을 기울여 음식을 만들었는데 관전국 관리의 부인이 직접 주방으로 들어가 닭과 오리 등 스무 가지의 재료를 넣어 조리를 했다. 음식을 먹어 본 주연이 맛에 반해 포정사(명청 시대의 지방관) 소속 주방장인 정춘발에게 요리법을 배워오라고 했다.

관리 부인에게 요리법을 배운 정춘발은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며 요리를 발전시켰고 이후 관청을 사직하고 1865년 친구들과 동업으로 음식점을 개업한다. 그리고 1905년에는 독자적으로 경영을 시작하며 음식점 이름을 쥐춘위안(聚春園)이라고 바꿨는데 현재도 푸저우에서 영업을 하고 있다.

쥐춘위안의 대표음식이 바로 관전국 관리의 집에서 배운 요리였는데 이때까지만 해도 요리 이름은 불도장이 아니라 복수전(福壽全)이었다. 어느 날 손님들이 몰려와 복수전 요리를 시켰는데 뚜껑을 열자 맛있는 음식 향기가 방안을 가득 채웠다. 흥이 돋은 손님이 즉석에서 시를 읊었다.

“그릇 뚜껑을 열자 향긋한 냄새 사방에 퍼져 나가니/냄새를 맡은 스님은 참선도 포기하고 담을 뛰어넘었다네.”

멋진 시에 감탄한 사람들이 이후부터 이 요리를 스님이 참선을 포기하고 담을 뛰어넘을 정도로 맛있는 음식이라는 뜻에서 불도장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불도장에 관해 전해지는 여러 이야기 중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쥐춘위안의 홈페이지에 나오는 이야기다. 요리 역사가 짧아서인지 고문헌에는 기록이 없다. 다만 불도장의 전신인 복수전은 실제 전통 푸젠 요리이고 주연과 정춘발 역시 실존 인물이다.

불도장은 중국을 방문한 외국 국가원수를 접대하면서 널리 이름이 알려졌다. 1984년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의 방중 때 리셴녠(李先念) 국가주석과의 만찬에 나왔는데 특별히 푸저우 현지의 전문 요리사를 베이징으로 불러 요리를 만들었다고 한다.

윤덕노 음식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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