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는 분명하지만 두터움은 모호하다. 집으로 세기도 어렵고, 뭔가 손에 잘 잡히지도 않는다. 하지만 현대 바둑은 두터움을 재평가하고 있다. 지금 국면은 흑의 두터움의 효과가 잘 살아난 바둑.
하변에서도 백은 돌이 끊기면서 양쪽을 모두 타개해야 하는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 2점을 돌볼 겨를이 없다. 아래 백돌이 사는 게 먼저다. 그런 의미에서 백 74는 정수. 참고 1도 백 1로 두면 어떻게 될까. 흑은 2, 4로 끊어버린다. 흑 10까지 예상되는데 아직 좌하귀가 완벽히 산 게 아니다. 흑이 ‘가’로 두어 패를 하는 뒷맛이 남아 있는 만큼 백이 불리하다.
백 80에 흑은 무심코 81로 막았다. 너무나 당연해 보이는 수. 하지만 좋지 않았다는 게 국 후 두 기사의 감상. 참고 2도 흑 1로 두는 게 정수. 흑 7까지 두텁게 중앙을 에워싸면 흑진에 약점이 없어 쉽게 이기는 길이었다. 흑 81로 받으면서 중앙 흑 모양에 틈이 생겼다. 조한승 9단은 이를 확인하고는 백 82로 뚫고 나간다. 국면이 복잡해졌다.
백 88로 밀고 90으로 잇자 흑이 당장 백 3점을 잡는 수가 잘 보이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흑 91로 이었는데, 백 92를 선수하고 94로 빠져나온다. 막상 이렇게 나오니 흑도 낙관할 수 없는 형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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