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120년전 고흐가 그린 카페 테라스… 오늘 밤 그곳서 와인 한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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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18일 03시 00분


◇화가의 눈/플로리안 하이네 지음·정연진 옮김/344쪽·1만9800원·예경

세계 관광객들 성지순례하듯 찾는 카페 빈센트 반 고흐의 대표작 ‘밤의 카페 테라스’와 프랑스 아를에 있는 ‘카페 라 뉘’(밤의 카페)의 실제 야경. 이곳은 120년 전 고흐가 그림에 담았던 모습 그대로 복원됐다. 주변 가로등까지 되살렸다고 하니, 만약 “똑같다”고 감탄했다면 조금 허탈할 수도 있다(위). 낭만이 흐르는 일요일 센 강 조르주 쇠라의 ‘그랑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와 프랑스 파리 센 강에 있는 그랑자트 섬. 당시 이곳은 다양한 사회계층이 찾던 휴식처였다. 그림에나오는 인물도 군인과 다소곳한 숙녀, 연인, 엄마와 아이 등 다양하다. 지금도 이곳은 파리 시민들이 즐겨 찾는다(가운데).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라로슈 귀용 성 조르주 브라크의 ‘라로슈 귀용 성’과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로 꼽히는 라로슈 귀용의 성곽 정문. 브라크는 풍경화를 그릴 때도 구체적인 묘사를 과감히 생략했고 그림에 사용하는 색도 서너 개로 제한했다. 그런데도 그림과 실경 사이에 묘한 동질감이 느껴진다(아래). 예경 제공
세계 관광객들 성지순례하듯 찾는 카페 빈센트 반 고흐의 대표작 ‘밤의 카페 테라스’와 프랑스 아를에 있는 ‘카페 라 뉘’(밤의 카페)의 실제 야경. 이곳은 120년 전 고흐가 그림에 담았던 모습 그대로 복원됐다. 주변 가로등까지 되살렸다고 하니, 만약 “똑같다”고 감탄했다면 조금 허탈할 수도 있다(위). 낭만이 흐르는 일요일 센 강 조르주 쇠라의 ‘그랑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와 프랑스 파리 센 강에 있는 그랑자트 섬. 당시 이곳은 다양한 사회계층이 찾던 휴식처였다. 그림에나오는 인물도 군인과 다소곳한 숙녀, 연인, 엄마와 아이 등 다양하다. 지금도 이곳은 파리 시민들이 즐겨 찾는다(가운데).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라로슈 귀용 성 조르주 브라크의 ‘라로슈 귀용 성’과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로 꼽히는 라로슈 귀용의 성곽 정문. 브라크는 풍경화를 그릴 때도 구체적인 묘사를 과감히 생략했고 그림에 사용하는 색도 서너 개로 제한했다. 그런데도 그림과 실경 사이에 묘한 동질감이 느껴진다(아래). 예경 제공
1889년 2월 프랑스 아를 시민들은 시장에게 청원서를 제출했다. 수상한 행동을 하는 화가 빈센트 반 고흐(1853∼1890)를 쫓아내라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상상이나 했을까. 아를이 고흐의 발자취를 찾는 관광객들로 들끓게 될 줄.

고흐의 ‘밤의 카페 테라스’의 배경인 ‘카페 라 뉘’(밤의 카페)는 오늘날 일종의 ‘성지순례’ 코스가 됐다. 카페의 노란색 벽돌과 햇빛 가리개용 천막에 “그림과 똑같다”며 감탄하다가도 마음을 두근거리게 했던 별 가득한 군청색 하늘이 없음에 아쉬워할 수도 있다.

미술 작품을 보면 그림 속에 담긴 장소에 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사진작가이자 미술사가인 저자 역시 비슷했다. ‘화가는 우리와 다른 눈으로 세상을 본다는데 정말 그럴까’라는 궁금증을 가득 안고서, 22명의 화가가 그린 22점의 풍경화 속 실제 장소를 찾아갔다. 이탈리아부터 오스트리아, 스페인, 네덜란드, 영국, 프랑스, 노르웨이, 독일 등 유럽 방방곡곡을 여행하면서 작품 속 장소들을 사진으로 담아 왔다.

화가가 그림을 그렸을 당시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곳이 있는 반면 그림 속 풍경이 희미한 흔적으로만 남아 있는 곳도 있었다. 그러나 저자는 “‘화가의 눈’의 진짜 매력은 다른 데 숨어 있다”고 강조했다. 작품 속 장소에 가면 그 화가가 세상을 어떻게 바라봤는지, 또는 한 장소가 작가의 개성에 따라 어떻게 다르게 표현됐는지를 엿볼 수 있다는 것이다. 조르주 브라크(1882∼1963)는 라로슈 귀용 성을 삼각형 지붕과 원기둥 탑, 케이크 조각 모양으로 단순화해 그렸다. 클로드 모네(1840∼1926) 역시 특유의 빛의 변화에 따른 인상주의 기법으로 루앙 대성당을 그렸다.

명화와 실경 사진을 비교해 가며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조심해야 한다. 책을 읽다 보면 당장이라도 여행을 떠나 인간과 예술과 자연을 느끼고 싶어질 테니.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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