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 차 한잔]‘위기를 지배하라’ 펴낸 김경준 씨

“위기에서 위인과 범인 갈려… ‘위기의 한국’ 리더가 중심 잡아야”

위즈덤하우스 제공

많은 직장인들은 말한다. “아, 사장 한 번 해 봤으면!”

하지만 실제 사장이 되면 정말 좋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고 김경준 딜로이트컨설팅 대표는 말한다.

“제가 대리나 과장이었을 때 ‘사장이 되면 내면적으로도 안정돼 있고, 늘 확실한 정보 아래 자신 있게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막상 대표가 되고 보니 공포나 두려움은 똑같았어요. 아침에 눈뜨기조차 싫을 때도 있고, 밤에 잠이 안 올 때도 많고…. 저같이 ‘두려워하는 리더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을 엮었습니다.”

김 대표가 쓴 ‘위기를 지배하라’(위즈덤하우스)는 역사 속 위인들을 통해 위기극복 전략을 살피고 이를 14가지 조언으로 요약했다. 김 대표는 현재 한국이 북한 문제와 내부정치, 세계경제라는 삼각파도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한다. 특히 한국 사회의 내부적 위기가 심각하다고 그는 말했다.

“한국이 이제야 겨우 밥 먹고 살만하게 됐는데 금세 교만해진 것 같습니다. 역사 속 잠시 반짝 빛난 뒤 곧 무너지는 체제가 숱하게 많았죠. 한국이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리더들이 중심을 잘 잡아야 합니다.” 올해 한국이 총선과 대선을 치르는 ‘리더십의 교체기’에 있다는 점에서 솔깃하게 들렸다.

“먼저 리더 스스로 위기를 맞아 차오르는 두려움과 맞서 이기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자신감과 투지를 조직과 공유해야 조직 전체가 위기에 맞설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낙관하세요. 현실을 피해서도 안 되지만 비관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세 번째로 소수정예의 핵심인력을 꾸려 결정사항을 행동에 옮기세요. 자신의 마음에 드는 사람들만 모으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널리, 하지만 철저히 검증된 인재를 모아야지요.”

이 같은 조언의 근거로 김 대표는 위기상황의 특수성을 들었다. 평화 상황과 위기 상황은 패러다임이 다르다는 설명이다. 평화로울 때는 안정된 환경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 확장해야 하지만 위기에서는 격변하는 환경에서 생존력을 높여야 한다. 평화상황에서는 자율경영, 분권화, 권한위임이 키워드이지만 위기에서는 중앙통제와 집중화가 키워드다.

이 책에는 수많은 위인이 등장한다. 그 가운데 김 대표가 가장 좋아하는 인물을 물었다. 선택은 평범했지만 이유가 남달랐다.

“이순신 장군입니다. 여러 역사적 사실로 미루어보면 그는 평범한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평생에 걸쳐 자신을 수련했고, 역경 속에서도 외부 환경을 탓하지 않았죠. 그 결과 평범함을 비범함으로 만들었습니다. 세상에 똑똑한 사람은 많지만 용기 있는 사람은 의외로 적습니다. 결정적 순간에 용기를 낼 수 있는지가 위인과 범인을 가릅니다. 결국 위기를 지배할 수 있는지는 용기를 발휘할 수 있는지의 문제입니다.”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