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12월 앨런 그린스펀 당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미국 경제의 호황에 들뜬 투자자들이 너도 나도 주식시장에 몰려들어 거품이 끼는 데 대해 이 같은 말로 경종을 울렸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의 금융전문기자인 저자는 세계적으로 시장의 상승(거품 발생)과 하락(거품 붕괴)이 반복되는 패턴을 보여 온 것은 인간의 탐욕과 두려움의 상호작용 때문이며 이러한 시장경제의 역사는 탐욕이 줄지 않는 한 앞으로도 반복될 것이라고 말한다. 탐욕이 두려움을 압도할 때 비이성적으로 거품이 생기고, 허망한 거품의 실체가 드러나 공포에 휩싸이면 시장이 폭락한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 반세기 동안에는 투자자들의 탐욕이 더 이상 두려움에 의해 조절되지 않으면서 시장이 거품에 더욱 취약해졌다. 투자가 기관화되자 금융기관들은 ‘남의 돈’ 투자에 더 위험한 결정을 내리게 되고, 최악의 상황에서 정부의 구제라는, 비빌 언덕을 믿고 도덕적으로 해이해졌기 때문이다.
저자는 트레이더와 투자자의 마음에 두려움을 다시 심어주고 투자자금을 자기 돈처럼 신중하게 취급하도록 강제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 투자시장에서 양떼처럼 우르르 몰려다니는 쪽으로 진화해온 투자산업의 구조도 재편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시장의 과도한 거품이 비이성적인 인간 심리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저자의 전제가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다. 1936년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저서 ‘고용, 이자 및 화폐에 관한 일반이론’에서 수학적 기대치가 아닌 인간의 심리적 요인이야말로 경제를 움직이는 원동력이라 보고 이를 ‘야성적 충동’으로 칭했다. 2009년 경제학자 로버트 실러와 조지 애컬로프는 저서 ‘야성적 충동’에서 케인스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최근의 세계경제 흐름을 짚고 정부가 야성적 충동을 적절히 통제하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유럽 재정위기 등 최신 사례를 포함해 시장이 비이성적 과열과 폭락을 반복한 역사를 연대표로 꼼꼼히 정리해 참고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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