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노의 음식이야기]<139>술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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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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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가요 쌍화점의 ‘쌍화’가 원조…고명 얹어 고급화

“쌍화점에 쌍화 사러 갔더니 회회아비 내 손목을 쥐더이다. 이 소문이 집 밖으로 나가면, 조그만 새끼 광대야 네가 퍼뜨린 줄 알겠노라.”

13세기 말 고려 충렬왕 때 유행했던 고려가요 ‘쌍화점(雙花店)’의 첫 구절이다. 가게에 음식을 사러 갔더니 주인이 손목을 잡으며 유혹을 했다는 내용으로 교과서에도 나온다. 남녀 사이의 사랑을 읊은 ‘남녀상열지사’로 유명해서 영화로도 제작됐지만 각도를 달리해 음식에 초점을 맞춰 보면 색다른 음식문화사를 알 수 있다.

쌍화는 회회아비가 운영하는 가게인 쌍화점에서 팔았던 음식이다. 회회아비를 보통 아랍 상인이라고 하지만 포괄적으로는 서역, 그러니까 지금의 중앙아시아 회족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들이 팔았다는 쌍화는 어떤 종류의 음식이었을까. 일반적으로는 만두라고 풀이한다. 하지만 지금 먹는 만두와는 차이가 있어 보인다. 밀가루를 발효시켜 찐 음식으로 추정되는데 중국식 만터우에 가까우며 지금의 술떡, 즉 증편의 원조로 짐작된다.

쌍화는 조선시대의 상화(霜花)와 같거나 비슷한 음식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본다. 국문학자인 양주동 박사는 ‘여요석주(麗謠釋注)’에서 퇴계 이황은 쌍화(雙花)의 쌍(雙)자를 상(霜)자로 적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글자 자체에는 의미가 없으며 우리말 발음을 한자로 쌍화 혹은 상화로 표기한 것으로 보았다.

그렇다면 상화는 지금의 술떡, 즉 증편의 원조가 되는 음식인 셈이다. 최남선은 ‘조선상식문답’에서 우리 떡 중에서 가장 이색적인 것은 상화(霜花)와 증병(蒸餠)이라고 했다. 상화는 밀가루 또는 쌀가루를 술을 넣어 반죽한 후 발효시켜 부풀어 오르게 한 떡이다. 증병, 즉 지금의 증편은 밤과 대추, 잣, 곶감, 석이버섯 등의 고명을 색에 맞추어 쪄내기도 하는데 상화를 고급화한 우리나라의 사치품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최남선은 그 기원은 필히 중국에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므로 증편, 즉 술떡의 기원을 조선시대의 상화, 그리고 고려가요에 나오는 쌍화에서 찾을 수 있다.

한편 일부에서는 13세기 말의 가요 쌍화점에 나오는 쌍화가 우리나라에 전해진 최초의 만두라고 하지만 만두 종류의 음식이 우리나라에 전해진 시기는 이보다 더 빠르다.

우리 기록에 보이는 최초의 만두는 고려 명종 때인 12세기 말, ‘고려사(高麗史)’ 효우열전(孝友列傳)에 보인다. 귀화한 거란사람인 위초가 병든 아버지를 살리려고 자신의 넓적다리 살을 잘라 만두를 빚었다고 나온다. 원문에는 혼돈(i돈)이라고 적혀 있는데 혼돈은 교자만두보다 크기가 작은 만두 종류다. 이어 13세기 초, 동국이상국집에 실린 이규보의 시에도 친구가 만두를 보냈다고 했는데 원문에는 역시 혼돈으로 나온다.

즉, 12세기 말에 혼돈이라는 종류의 만두에 대한 기록이 있으니 13세기 말 가요 ‘쌍화점’에 보이는 쌍화(밀가루를 부풀려 찐 만두의 일종)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최초의 만두는 아닌 것이다.

정확하게 만두(饅頭)라는 명칭을 사용한 기록은 14세기 초에 보인다. ‘고려사’ 충혜왕 4년 10월의 기록에 어떤 자가 주방에 침입해 만두를 훔쳐 왕이 노했다고 나온다. 증편인 술떡의 기원을 찾다보니 만두의 전래역사와 고려가요인 쌍화점까지 그 역사가 거슬러 올라갔다.

<음식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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