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노의 음식이야기]<140>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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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23일 03시 00분


“맛있게 먹어야 보약”… 친구-가족과 함께 하면 최고
좋은 밥 짓는 조건은 쌀과 불 조절
계절-장소에 어울리는 반찬도 중요

밥을 보약이라고 하지만 밥도 맛있게 먹어야 몸에 좋은 약이 된다. 밥을 맛있게 먹는 법을 연구한 사람이 있었으니 청나라 사람 장영(張英)이다. ‘강희자전(康熙字典)’ 편찬에 참여한 인물이니 학문적인 깊이가 만만치 않다. 장영은 열두 가지 조건이 맞아야 밥이 맛있다는 ‘반유십이합설(飯有十二合說)’을 썼는데, 할 일 없는 선비가 심심풀이로 쓴 글 같지만 내용을 읽어보면 의미가 깊어 소개한다.

밥을 맛있게 먹는 첫 번째 조건은 쌀(稻)이다. 무엇보다 재료가 좋아야 밥을 해도 맛있다고 했다. 두 번째는 불 조절(炊)이니 바로 기술이다. 특히 조선 사람이 밥을 잘 짓는데 밥알이 부드럽고 기름지며 윤기가 흐른다고 했다. 좋은 밥을 짓는 핵심 조건으로 재료와 기술을 꼽았다.

다음은 계절에 맞고 장소에 어울리는 반찬이 중요하다. 세 번째 조건은 고기(肴)다. 때와 장소에 맞는 반찬을 마련해야 밥을 맛있게 먹을 수 있으니 산골에서 생선을 준비하는 것도 예가 아니고 집에서 음식을 장만하는 데 산해진미를 준비하는 것도 이치에 맞지 않는다. 비싸고 귀한 것이 아니라 산지에서 제때 나오는 것으로 마련해야 신선하고 맛이 좋다.

네 번째는 채소(蔬)다. 계절에 맞는 채소와 함께 먹으면 밥맛이 최고라는 것인데 이른 봄 부추와 늦가을 배추가 산속 마을에서는 최고 산해진미라고 했다. 다섯 번째는 말린 고기(脩)로 육포나 어포를 곁들여 먹으면 맛이 호사스럽다고 했다. 여섯 번째는 저장 채소(菹)다. 씹으면 상큼한 맛이 입에 퍼지니 그 이상 좋을 수 없다. 일곱 번째는 국(羹)이다. 오른쪽에는 국, 왼쪽에는 밥을 놓는데 밥은 언제나 국과 함께 먹는다고 했다. 여덟 번째는 새싹(茗)이다. 정신이 산뜻해지고 양치질을 한 것처럼 입안이 상큼해진다.

아홉 번째는 때(時)다. 사람에게 먹는 것은 중요한데 특히 때를 맞춰 먹어야 한다. 산해진미가 차려져 있어도 배부르고 술에 취해 있으면 먹는 때를 맞추지 못한 것이고, 밥상에 국 한 사발만 놓였어도 맛있게 배불리 먹을 수 있다면 때를 맞춰 먹은 것이다. 배가 부른데도 먹는 것은 때를 맞추지 못하는 것이고 배가 고픈데도 먹지 않는 것 역시 제때를 맞추지 못하는 것이다. 먹기에 가장 좋은 때는 적당히 배가 고플 때다.

열 번째는 그릇(器)이다. 어떤 그릇이라도 상관없지만 깨끗하게 닦아서 담아야 한다고 했다. 그릇에 사치를 할 필요는 없지만 음식과 그릇이 조화를 이루면 음식이 더욱 맛깔스럽다고 했다. 내용도 중요하지만 형식 역시 중요하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 열한 번째는 먹는 장소(地)다. 장영은 먹는 것을 어찌 쉽다고 말할 수 있겠느냐며 장소가 맞아야 제대로 먹는 것이라고 했다. 계절을 살펴 버드나무 아래나 정자, 물가에서 먹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라 했다.

가장 의미가 있는 것은 열두 번째로 짝(侶)이다. 마음에 맞는 사람과 함께 먹어야 밥을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니 극단적으로 말하면 ‘밥맛 떨어지는 사람과는 함께 밥 먹지 말라’는 이야기다. 혼자 먹는 것은 적막하고 많은 사람이 먹으면 시끄럽기만 할 뿐이니 친한 벗들과 함께 먹거나 가족과 함께 밥을 먹는 것이 제일 좋다고 했다. 좋은 사람과 즐겁게 먹으면 그것이 복이고 기쁨이라는 것이다.

언제나 좋은 짝과 함께 즐거운 식사 하시기를 기원하는 것으로 연재의 마무리 인사를 대신한다.

-끝-

<윤덕노 음식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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