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얗게 일어난 각질을 보고 생각해 보지만 봄은 무시무시한 황사를 품고 있다. 봄이 와도 건조함의 공격은 계속된다. 그래서 요즘 뜨는 게 멀티밤. 연고같이 생긴 고체형 밤은 건조한 부위라면 어디든 발라도 된다. 그래서 ‘멀티’다. 얼굴, 팔꿈치, 발뒤꿈치, 심지어 바스락거리는 헤어 끝까지. 게다가 연예인들의 물광메이크업의 효자 아이템으로 입소문이 났다.
그래서 이번 주 위크엔드3.0은 고수들 사이에서 소문난 멀티밤 3개를 골랐다. 얼굴에 머리에 손끝에 멀티밤을 시험해본 여기자 4인의 얘기를 들어보자.
●여기자 4인의 피부 ‘건조 주의보’
김현진=세수를 하고 화장대로 가는 그 순간에도 약간의 건조함이 느껴진다. 요즘 피부가 ‘총체적 부실’을 겪고 있다. 그만큼 건조하다. 그래도 좋은 보습제를 바르면 금세 진정되는 편이다.
김현수=오후에 거울을 볼 때마다 깜짝 놀란다. 화장과 피지, 각질이 한데 엉켜서 참혹한 얼굴이 나온다. 분명 아침에 출근할 땐 이 정도가 아니었는데. ‘수분부족형 지성피부’의 비극이다.
염희진=겨울철 발뒤꿈치는 특별 관리 대상이다. 검은색 스타킹을 벗을 때마다 비듬같이 떨어지는 각질가루 때문에 민망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강유현=레깅스 끝과 발목양말 사이 틈이 찬 공기에 노출돼 허옇게 각질이 일어나곤 한다. 아침에 로션을 투척해도 몇 시간이 지나면 또 각질이 생긴다.
●이 제품 써봤어요
바비브라운 엑스트라 수딩밤
시어버터를 기본으로 에센셜 오일과 수분을 끌어당기는 글리세린을 함께 섞어 굳혀놓은 고체형 밤. 소량을 떠서 체온으로 녹여준 다음 심하게 건조하거나 트거나 자극받은 부위에 가볍게 눌러주면 피부를 진정시키고 보습막을 형성해준다.
록시땅 퓨어 시어버터 EFT
서부 아프리카의 부르키나파소와의 공정무역으로 에코서트 공정무역 마크를 얻은 제품. 99.8%의 시어버터에 0.2%의 비타민E가 함유돼 향이 변질되는 것을 막아준다. 모발, 입술, 얼굴 뿐 아니라 기저귀로 인한 붉은 발진에도 바를 수 있다는 게 록시땅의 설명. 영양과 수분이 공급이 피부를 진정시켜 준다.
스킨푸드 아보카도 멀티밤
숲 속의 버터로 불리는 아보카도 오일이 담긴 고보습 고영양 밤으로 건조한 부위의 각질을 잠재우는 멀티밤. 스킨푸드의 ‘정직 캠페인’(좋은 푸드는 피부를 웃게 하고, 정직하고 변함없는 가격정책은 소비자를 기쁘게 한다)에 맞는 대표적인 제품으로 꼽힌다.
여기자의 별별 평가
김현진=입술과 손등, 화장한 뒤 뺨에 집중적으로 발라봤다. 손을 씻은 뒤 밤을 쓰면 건조한 손등에만 바를 수 있고 금세 보송보송한 느낌이 들어 좋았다. 바비브라운 수딩밤은 은은한 핑크색에 특유의 모던한 패키지까지 가미돼 가지고 다니면 ‘시크’해 보였다. 향도 은은했다. 질감은 얼마나 충분히 체열로 녹이느냐에 따라 호감도가 달라졌다. 체열로 충분히 녹이지 않으면 뻣뻣했지만 잘 녹인 뒤 뺨이나 입술, 손등 등에 바르니 금세 잘 흡수됐고 부드러웠다. 록시땅은 세 제품 중 가장 리치한 질감. 향도 거의 나지 않는다. 대신 보습력은 정말 충분해 몇 시간씩 촉촉함이 유지됐다. 손에 끈적임이 오래 남는다는 점은 아쉬웠다. 스킨푸드는 저렴하니까 품질은 별로일 것이란 선입견을 깨줬다. 사용감은 세 제품 중 가장 좋았고 손끝에서 금세 잘 녹았다. 향은 은은한 편인데, 오래 맡거나 코 주위에 바르니 약간 약 냄새처럼 느껴지기는 했다. 질감이 가벼워 머리카락 삐친 부분 등에 발라도 거부감이 덜했다. 평소 헤어 관련 제품은 이마 여드름을 유발시켜 잘 쓰지 않는데 이 제품을 사용하니 피부 트러블이 나지 않아 좋았다.
김현수=오후가 되면 들뜨는 화장이 제일 골치라 슬리핑팩 대용으로 멀티밤을 써봤다. 딱딱한 정도로 따지면 록시땅, 바비브라운, 스킨푸드 순. 손톱으로 떠서 손끝에 비벼준 다음 얼굴에 꼼꼼히 발랐다. 다음 날 적당히 얼굴에 보송해진 순은 바비브라운 록시땅 스킨푸드 . 세 제품 모두 밤사이 수분막을 형성시켜 줘 화장이 들뜨는 것을 방지해 주는 점은 좋았다. 다만 비싼 바비브라운을 얼굴 전체에 바르고 자자니 아까웠다. 록시땅은 끈적임 때문에 펴바르기가 어려운 점이 단점. 스킨푸드 제품은 기름기가 많아서 지성피부에 바르자니 좀 겁이 났다. 다음은 물광메이크업 실험. 지성피부는 잘못했다간 얼굴 전체가 번질번질해 보인다. 그래서 ‘매트’한 파우더를 얼굴 전체에 바른 후 손끝으로 광대뼈 부분에만 살짝 갖다 댔다. 그랬더니 마사지 받고 나온 듯 환해 보였다. 결론적으로 바비브라운은 물광메이크업과 슬리핑팩으로, 록시땅은 일어난 각질 잠재우기용으로 좋았다. 지성피부를 겁먹게 한 스킨푸드는 의외로 머리 끝에 쓰기 너무 좋았다. 잦은 파마와 건조함으로 바스라지는 머리끝에 계속 발라주니 머릿결이 윤기 있어 보였다.
염희진=세 개 제품 모두 수시로 바르기에는 부담스러웠다. ‘고체형 물질을 스패출라(spatula)로 소량을 덜어낸 후 살살 녹이는’ 과정 자체가 번거로웠다. 멀티밤을 바르고 난 뒤 컴퓨터나 휴대전화 곳곳에 얼룩진 기름을 볼 때의 기분이란. 대신 피부에 윤기가 생기고 보습 효과도 뛰어나 자기 전 바르면 좋을 것 같다. 스킨푸드는 손톱 표면이나 큐티클에 바르면 손톱 표면이 반질해지고 큐티클이 정리되는 기분이 들었다. 질감은 셋 중에서 가장 물컹했고 기름기도 제일 많았다. 바비브라운은 워낙 고가라 화장 후 소량을 녹여 양 볼에 톡톡 두드렸다. 건조한 입술에 바르니 촉촉한 느낌이 오래갔다. 끈적임의 정도가 가장 심한 록시땅을 발뒤꿈치에 발랐더니 갈라진 살들이 매끄러워졌다.
물광메이크업 효과를 제대로 내려면 체온으로 녹인 멀티밤을 양 볼에 살짝 두드리는 세심한 터치가 필요했다. 얼굴에 쓰이는 물광메이크업용으로 바비브라운이 가장 적당해 보였다. 스킨푸드는 너무 기름져 보여 부담스러웠다. 끈적임을 감수할 수만 있다면 광채효과가 탁월한 록시땅을 사용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강유현=얼굴과 발목, 팔꿈치, 손톱 큐티클 부분에 써봤다. 손톱 큐티클에 발랐을 때 흡수력은 록시땅, 바비브라운, 스킨푸드 순. 흡수가 다 된 뒤 큐티클이 가라앉는 정도는 비슷했다. 다음은 얼굴. 한쪽 볼엔 바비브라운, 다른 쪽엔 록시땅, 코와 입 주변엔 스킨푸드를 발랐다. 피부결은 유분감보다 수분감이 많이 느껴지는 바비브라운이 가장 좋았다. 하지만 가격이 제일 비싸고 유리병에 담겨 있어 휴대성이 떨어진다는 게 단점. 록시땅은 시어버터가 거의 100%라 그런지 리치한 느낌. 하지만 피부에 흡수는 제일 빨랐다. 이번엔 손등. 3개 제품을 바르고 10분 정도 뒤 상온에서 녹는 정도를 비교해봤더니 스킨푸드, 바비브라운, 록시땅 순. 스킨푸드 멀티밤은 저렴한 화장품이면서 유분감이 많기 때문에 겨울에 수시로 팔꿈치와 발목 등에 바르기 좋았다.
그런데 연예인들이 물광메이크업 용으로 밤을 바른다는데 도대체 어떻게 바른다는 것인지. 메이크업 위에 밤을 문지르니 화장이 같이 벗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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