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요리의 맛은 셰프의 기술과 정성뿐 아니라 재료에서 시작된다. 그런 의미에서 척박한 땅에서 농업 선진국이 된 이스라엘 요리를 한 번쯤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지중해 연안의 신선한 해산물, 첨단 기술로 생산 및 개발된 다양한 농산물, 그리고 다인종 다민족의 요리 문화까지…. 이스라엘은 명실상부 요리계의 숨은 보석 같은 존재다.
이스라엘의 경제 수도 텔아비브. 이곳에서 북쪽으로 1시간가량 올라가면 헤롯왕 시절 지어진 후 십자군과 터키 제국의 침략을 당한 옛 항구 도시 카에사레아가 나온다. 이스라엘식 지중해 요리를 경험할 수 있는 ‘헬레나 레스토랑’은 이곳에 있다.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따뜻한 붉은색의 실내조명이 눈에 들어왔다. 벽면을 가득 채운 파노라마 창문에는 지중해의 보라색 석양이 비쳤다. 모던한 지중해 요리를 선보이는 이곳은 해산물에서 고기 요리에 이르기까지 구색을 골고루 갖추고 있다. 놀라운 것은 그 모든 재료가 ‘메이드 인 이스라엘’이라는 것. 치즈, 올리브오일, 요구르트, 허브, 스파이스 등은 모두 이 식당의 셰프인 아모스 시온 씨가 재배지를 방문해 맛을 본 후 직접 가져왔다고 한다.
특히 소금과 설탕에 재워 3일 정도 숙성시킨 후 올리브오일과 발사믹으로 맛을 낸 ‘카르파초’는 다른 어느 나라의 것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맛이다. 이 밖에도 ‘칼라마리(오징어튀김) 샐러드’는 신선한 허브와 석류, 양젖으로 만든 요구르트로 버무려 새콤매콤한 맛이었고, ‘블루크랩’은 사프란을 곁들여 마요네즈로 맛을 냈다.
좋은 테이블에 좋은 와인이 빠질 수 없을 터. 레스토랑의 작은 지하 ‘카브(cave)’에는 셰프가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미식여행을 다녀올 때마다 직접 와이너리를 방문해 골라온 전 세계 와인 컬렉션이 있다. 역시 이스라엘 요리에는 이스라엘 와인이 찰떡궁합이었다. 국내에 수입된 이스라엘 와인이 극히 소수라 덜 알려져 있지만 이스라엘 와인은 이미 세계적으로 그 품질과 맛을 인정받고 있다.
지중해 석양과 2000년 된 로마시대의 건축물이 함께하는 이스라엘식 디너. 이 나라를 머리보다 맛과 향으로 먼저 이해하게 해주는 더없이 소중한 레스토랑이다.
미식·여행매거진 바앤다이닝 편집이사 hiro@barndin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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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레나 레스토랑 (Helena Restaurant) 주소 Old port of Caesarea, Caesarea, Israel 문의 +972 (0)4 610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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