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노의 음식이야기]연재 끝내는 윤덕노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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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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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공주 속 사과처럼 음식은 이야기의 요술램프”

음식문화평론가 윤덕노 씨는 “가급적 문헌에 근거한 음식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음식문화평론가 윤덕노 씨는 “가급적 문헌에 근거한 음식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한식의 대표 음식이 김치입니다. 그런데 지금 같은 결구(結球)배추로 담그는 배추김치는 겨우 100여 년 전에 등장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음식은 끊임없이 변하고 있지만 100년을 채 못 사는 사람들은 잘 감지하지 못하지요. 중요한 건 다른 문물의 영향을 거부하지 않고 포용한 음식이 살아남았다는 겁니다.”

23일 서울 종로의 한 식당에서 보리굴비 정식을 놓고 마주앉은 음식문화평론가 윤덕노 씨(54)는 음식이야기에서 문화 발전의 일반 법칙을 도출했다. 윤 씨는 지난해 2월 1일부터 1년 넘게 본보에 인기 칼럼 ‘윤덕노의 음식이야기’를 연재했다.

동서고금의 음식 관련 서적을 참고하고, 문헌 자료가 부족한 부분은 추론과 상상으로 음식에 얽힌 문화와 유래를 풀어내 140회의 칼럼에 담아냈다. 한식과 양식을 제철에 맞춰 소개하면서도 시사적인 이슈가 있을 땐 발 빠르게 그와 관련된 음식이야기를 썼다. 얼마 전 재벌가의 빵집 경영이 사회적 논란이 됐을 때는 ‘빵’ 이야기를 다뤘다.

“요즘 사람들은 음식을 칼로리나 영양소 등 과학적인 분석에 치중해 평가하는 경향이 있어요. 역사 속에서 인류의 선조들이 어떤 의미를 두고 특정 음식을 먹었는지를 독자들과 함께 생각해보고 싶었습니다.”

음식 속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배어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예컨대 동화 ‘백설공주’에 등장하는 사과도 사과를 바라보는 서양인들의 인식을 안다면 이야기를 더 풍부하게 해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음식문화 속에는 소설가나 동화작가들이 더 발전시킬 수 있는 소재가 무궁무진해 마치 요술램프 같다”고 말했다.

연재하는 동안 소재를 찾기도 힘들었지만 독자의 수준이 높아 무척 긴장했다고 한다. 그는 “제갈량이 남만정벌 중 밀가루로 고기를 싸서 제사를 지낸 강을 ‘여수’로 잘못 쓴 것을 ‘노수(瀘水)’로 바로잡아내는 동아일보 독자가 무서워 보름이나 한 달 전에 원고를 써두고 고쳐 쓰기를 반복한 뒤에야 보냈다”고 털어놓았다.

연재를 시작할 때는 ‘조선왕조실록’ ‘동국세시기’ ‘본초강목’ ‘사기’ 같은 한국과 중국의 고문헌과 고대 로마 학자 플리니우스의 ‘박물지’, 이슬람교 경전 ‘꾸란’ 등이 주요 밑천이었다. 그런데 연재가 끝날 무렵에는 세계 곳곳의 라틴어나 희랍어 디지털도서 자료가 무더기로 보태졌다. 출처와 근거를 세밀히 밝히고자 하는 욕심 때문이었다. “비슷한 출처가 자주 등장하는 단점이 있었지만 근거 없이 전해들은 얘기를 쓰고 싶지는 않았거든요.”

경제지 기자 출신으로 이미 네 권의 책을 쓴 그는 이번에 연재한 글도 묶어 책으로 펴낼 계획이다. 다음엔 ‘왜 그 지역에서 그 음식이 유명해졌을까’와 ‘과일의 역사’라는 주제에 매달려볼 생각이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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