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형색색 화려한 조명, 반짝이는 알루미늄 선반들 사이에서 처음 보는 파란색 식물이 유독 눈에 띄었다. 좀 더 가까이 다가가 봤다. 그 식물 표면엔 투명하고 작은 얼음 조각 같은 것이 맺혀 있었다. 대체 뭐냐고 물어보자 부스 담당자가 ‘아이스플랜트(사진)’라고 말해 줬다. 그는 먹어보라며 조그맣고 투명한 플라스틱 박스를 내밀었다. 그 안에는 약 10cm 크기의 식물이 가지런히 담겨 있었다.
남아프리카 나미브 사막이 원산지로 선인장의 일종이라는 아이스플랜트는 일단 그 모양부터 특이했다. 각각 길이 5cm 정도 되는 줄기와 잎사귀 표면 전체에 얼음 조각 같은 알갱이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한 개를 집어 입에 넣고 씹어봤다. ‘아삭’ 하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이전에 접한 과일이나 채소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새로운 식감에 놀랐다. 정확히 표현하긴 어렵지만, 얇고 바삭한 스낵을 씹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동시에 마시멜로보다 포근한 부드러움까지 입안을 감쌌다.
필자의 신기해하는 표정을 눈치 챈 담당자가 웃으며 말했다. “아이스플랜트를 처음 먹어본 사람들은 씹으면서 눈과 귀가 동시에 즐겁다고 해요.”
맛도 특이했다. 마치 소금을 뿌린 것처럼 짭조름했다. 입안에 엷은 감칠맛과 함께 남는 뒷맛은 개운했다. 짭조름한 맛은 표면에 투명하게 맺힌 결정체(식물 세포의 일종) 속에 있는 염분 때문. 그래서 아이스플랜트는 맥주 안주나 고기를 구울 때 소금 대신 많이 사용한다고 한다. 재배할 때 영양분 구성을 바꾸면 공장에서 생산하는 가공식품처럼 짠맛의 정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설명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아이스플랜트에는 이노시톨류와 베타카로틴 등 인체에 유용한 성분까지 있으며, 지방축적 억제 효과도 있다. 이런 이유로 처음엔 토양의 염분을 제거할 목적으로 이 식물에 관심을 가졌던 일본에선 이후 식용 재배에 좀 더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 하지만 발아율이 낮고 성장 속도가 느리다는 문제 때문에 10년의 긴 시간을 투자한 끝에 식용 재배에 성공했다.
현재 아이스플랜트는 일본, 유럽 등지에선 이미 샐러드, 케이크 등 다양한 음식에 사용하고 있다. 집에서도 재배할 수 있게 보급된다. 국내에선 사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시중에서 구하기 힘들었다. 다행히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미래농업인 식물공장을 키우는 정책과 맞물려 최근 경북도농업기술원과 서울 소재 민간전문기업 등에서 아이스플랜트 생산에 잇따라 성공했다.
아이스플랜트에 대한 국내 일반인들의 관심도 늘어나고 있다. 이제 맛 좋고 몸에도 좋은 아이스플랜트를 어디서나 쉽게 맛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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