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들 얘기가 아니다. 대통령 선거 1차 투표를 채 60일도 남겨놓지 않은 프랑스 정치판 얘기다. 싸움의 주인공은 현직 대통령인 여당의 니콜라 사르코지 후보와 야당 사회당의 프랑수아 올랑드 후보다. 특징은 ‘될 수 있으면 읽기 편한 감성적인 내용을 담아, 얇게 만들고, 싼값에 판다’는 것이다. 독자들에게 부담을 안 주면서도 효율적으로 공약을 알리고 인물을 홍보하겠다는 심산이다.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며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 이후 17년 만의 정권 탈환의 꿈을 지피고 있는 올랑드 후보는 23일 로베르라퐁 출판사에서 새 책을 내놓았다. 제목은 ‘운명 바꾸기(Changer de destin·사진)’. 170쪽에 가격도 9유로에 불과하다. 그는 이 책에서 자신의 인생역정을 길게 얘기하지 않는다. 인생 얘기는 어떻게 후보가 됐는지를 앞부분에 간단히 묘사하는 것으로 그친다. 그 대신 프랑스와 유럽에 대한 생각과 구상을 밝힌 뒤 이례적으로 다른 경쟁 후보들에게 가지는 느낌과 단상을 서술한다.
여기서 올랑드 후보는 사르코지 후보는 물론이고 장뤼크 멜랑숑, 에바 졸리, 프랑수아 바이루 등 주요 군소 후보에 대한 솔직한 인상비평을 털어 놓는다. 사르코지에 대해서는 “에너지와 생명력이 넘치지만 남의 말을 잘 듣지 않고 자신만의 확신으로 가득 찬 독불장군”이라고 묘사했다. 여성에 관한 얘기도 빼놓지 않았다. 자신의 전 동거인 세골렌 루아얄 후보가 2007년 대선에서 사회당 후보로 나섰다가 사르코지에게 패한 일을 ‘큰 슬픔’으로 묘사했다. 루아얄과 헤어진 뒤 현재 동거 중인 방송기자 발레리 트리에르바일레에 대해선 “선거라는 전투에 반드시 필요한 개인적 행복을 가져다주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올랑드 후보는 이미 2010년 ‘프랑스에 대해 얘기해 봅시다(Parlons de la France)’, 2011년 ‘프랑스의 꿈(Le R^eve fran¤ais)’이라는 책을 낸 바 있다.
사르코지 후보는 막판까지 신비주의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29일 XO출판사에서 출간될 예정인 책의 상당 부분이 베일에 가려 있다. 자신이 대통령으로 재직한 5년을 바탕으로 지극히 개인적인 시각에서 자신의 내면을 다룬 이야기가 될 것이라는 게 프랑스 언론의 보도다. 특히 대중의 비판을 받은 인사 정책이나 각종 스캔들에 대한 솔직한 토로가 담길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자신이 너무 차갑고 부유층과만 어울려 대중과의 괴리감이 크다는 지적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은 두께가 80쪽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인 카를라 브루니 여사가 지난해 여름 사르코지 2세를 임신하고 있을 무렵 적극 추천해 쓰기로 결정됐다고 한다. 가제는 ‘나의 진실(Ma v´erit´e)’인데 미테랑 전 대통령이 1969년에 발간한 ‘내 진실의 몫(Ma part de v´erit´e)’과 비슷하다. 그는 선거를 불과 두 달 앞두고 최근 출마 선언을 한 것이나 비슷한 책 제목 때문에 호사가들로부터 ‘미테랑 따라하기’라는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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