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까만 늑대야 슬퍼 마, 넌 검은 모습이 제일 멋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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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25일 03시 00분


◇멋져 보이고 싶은 늑대/오리안느 랄르망 글·엘레오노르 튀이예 그림·허경회 옮김/38쪽·1만2000원·IBL

그림 제공 IBL
그림 제공 IBL
‘스스로 못났다고 생각하지만 자못 참하고 멋진 꼬마 늑대들을 위하여.’ 책의 첫 페이지에 저자는 이렇게 적었다. 그리고 한 장을 넘기면 얼굴에 실망과 낙심이 가득한 까만 늑대 한 마리가 등장한다. 자, 이제 변신 프로젝트에 나선 늑대의 일주일이 펼쳐진다.

까만 늑대는 자기 모습이 싫었다. 까만색은 조금도 멋져 보이지 않았으니까. 늑대는 까만 몸을 초록색으로 바꿔야겠다고 생각했다. 초록색 페인트를 온통 칠한 뒤 두근두근하는 마음으로 거울 앞에 섰다. “으악! 슈퍼 개구리다!” 이번에는 장미를 한 아름 꺾어 온몸에 장미 꽃잎을 붙였다. “이런! 웬 공주?”

오렌지 껍질을 붙였더니 홍당무나 여우 같아졌고, 진흙탕에 굴렀더니 몸이 근질근질하고 고약한 냄새가 진동했다. 공작새 깃털로 한껏 뽐을 내고 숲을 누볐더니 여자애들이 온종일 따라다니며 소곤소곤 종알종알…. 견딜 수가 없었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깃털을 다 벗어 던져버린 늑대의 혼잣말. “그래, 난 까만 늑대야! 지금 이대로가 제일 좋아.”

실제의 나보다 더 근사하고 멋져 보이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마찬가지. 이 동화는 아이들에게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저마다 지닌 개성과 독창성, 나는 어떻게 변신하고 싶은지, 지금의 내 모습에 대해 아이와 같이 생각하고 이야기해 볼 수 있다. ‘마음의 샘을 깊이는 철학동화’ 시리즈의 첫 번째 이야기. 두 번째 책 ‘저 혼자 최고 잘난 늑대’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못된 늑대 대회’에 나가 반칙을 써서 우승한 뒤 으스대는 늑대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스스로에 대해 묻고 생각하게 한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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