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는 중국의 선진 문명이 이민족의 풍습을 바꾸어 왔지 중국 문화가 이민족에 의해 변화된 적은 없다고 하였다. 이 이하는 유학을 공부하던 陳相(진상)이 스승을 등지고 農家者類(농가자류)의 사상가인 許行(허행)을 따라 배우는 것을 책망하는 말이다. 그런데 맹자의 말은 중국의 禮樂(예악)과 文物(문물)의 先進(선진)이라고 자부하는 뜻을 지니고 있다. 이른바 中華主義(중화주의)의 골수가 잘 드러나 있다고 말할 수 있다.
夏는 大라든가 華라든가 하는 뜻으로, 중국 본토를 가리킨다. 夷는 중국과는 다른 이민족을 말한다. 옛날 중국에서는 자신들의 사방에 정치나 문화가 발달하지 못한 이민족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것을 東夷(동이), 南蠻(남만), 西戎(서융), 北狄(북적)이라고 했다. 用夏變夷는 夏(중화를 뜻함)의 가르침을 써서 이민족의 풍속을 변화시킨다는 말이다. 用은 以와 같다. 이에 비해 變於夷란 중화의 문화가 이민족의 풍속에 의해 변화된다는 말이다. 피동의 구문이며, 變의 앞에 夏가 생략되었다.
우리나라 지식인들은 스스로를 小中華(소중화)라고 생각하여 중국 문화의 중심에 가깝다고 생각하였고, 청나라가 중원을 지배할 때는 중국 문화의 정수가 사실상 우리나라에 있다고 자부하기도 하였다. 따라서 小中華의 의식을 반드시 부정적인 것으로 볼 수는 없다. 더구나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이른바 朝貢(조공) 체제는 대단히 형식적인 것이어서, 중국이 실질적으로 주변 국가를 지배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중국인들은 늘 자국 문화를 최선의 것으로 여기고 주변 국가들을 그 기준에 따라 서열화해 왔다. 그러다 근세에 서양과 조우하여 아편전쟁으로 곤욕을 치르면서 자존심에 손상을 입었다. 최근의 일부 중국인은 맹자의 말을 문화의 틀을 넘어서서 패권주의의 신념으로 부활시키고 있는 듯하다. 이것은 우려할 만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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