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건축가 왕수(48)의 말이다. 그가 생각하는 집이란 극히 자연스러운 순서에 따라 아마추어적 접근으로 지은 공간을 뜻한다. 이런 믿음을 바탕으로 1998년 항저우에 ‘아마추어 건축사무소’를 설립한 뒤 상하이와 닝보 등에서 건축가로 활동해왔다. 그는 ‘집’이 들어설 지역의 전통과 역사를 세심하게 연구한 뒤 해당 지역에서 수집한 폐자재를 활용한 건축물을 설계함으로써 서서히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최근 그는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의 올해 수상자로 선정되면서 화제의 인물로 떠올랐다. 1983년 중국계 미국인 아이 엠 페이가 이 상을 받긴 했으나 중국에서 태어나 공부하고 경력을 쌓은 중국 건축가로는 첫 수상이다. 일본의 경우 안도 다다오를 비롯해 4명의 수상자를 배출했고 한국에선 전무하다.
세계적 건축가들이 탐내는 상을 40대에 받게 된 왕수의 성공비결은 무엇일까. 그것은 남이 가지 않는 길에 도전했기 때문이다. 순수 토종 건축가로서 그는 서구 건축을 흉내 내지 않고 전통에서 미래를 창조해냈다.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닝보 역사박물관과 항저우 중국예술학교 등은 옛 가옥의 벽돌 등 폐자재를 재활용한 건물이다.
그가 책상머리가 아니라 현장에서 몸으로 전통을 익혔다는 점도 돋보인다. 1990∼98년 그는 옛 가옥의 해체 현장에서 노동자들과 함께 일하면서 전통건물의 구조와 설계를 샅샅이 배웠다. 이를 토대로 그는 과거의 형태를 답습하기보다는 그 안에 담긴 정신을 되살려냈다. 프리츠커상 심사위원회도 “왕수는 전통과 현대의 대립을 넘어서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작품을 만들었다”고 수상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왕수에게 전통은 창작의 뿌리였다. 훌륭한 건축문화유산을 가진 한국의 젊은 건축가들이 참고할 만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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