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에서]“전통은 창조의 원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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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6일 03시 00분


닝보 역사박물관. 프리츠커상 웹사이트
닝보 역사박물관. 프리츠커상 웹사이트
“나는 건물이 아니라 집을 설계한다.”

중국 건축가 왕수(48)의 말이다. 그가 생각하는 집이란 극히 자연스러운 순서에 따라 아마추어적 접근으로 지은 공간을 뜻한다. 이런 믿음을 바탕으로 1998년 항저우에 ‘아마추어 건축사무소’를 설립한 뒤 상하이와 닝보 등에서 건축가로 활동해왔다. 그는 ‘집’이 들어설 지역의 전통과 역사를 세심하게 연구한 뒤 해당 지역에서 수집한 폐자재를 활용한 건축물을 설계함으로써 서서히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최근 그는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의 올해 수상자로 선정되면서 화제의 인물로 떠올랐다. 1983년 중국계 미국인 아이 엠 페이가 이 상을 받긴 했으나 중국에서 태어나 공부하고 경력을 쌓은 중국 건축가로는 첫 수상이다. 일본의 경우 안도 다다오를 비롯해 4명의 수상자를 배출했고 한국에선 전무하다.

세계적 건축가들이 탐내는 상을 40대에 받게 된 왕수의 성공비결은 무엇일까. 그것은 남이 가지 않는 길에 도전했기 때문이다. 순수 토종 건축가로서 그는 서구 건축을 흉내 내지 않고 전통에서 미래를 창조해냈다.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닝보 역사박물관과 항저우 중국예술학교 등은 옛 가옥의 벽돌 등 폐자재를 재활용한 건물이다.

그가 책상머리가 아니라 현장에서 몸으로 전통을 익혔다는 점도 돋보인다. 1990∼98년 그는 옛 가옥의 해체 현장에서 노동자들과 함께 일하면서 전통건물의 구조와 설계를 샅샅이 배웠다. 이를 토대로 그는 과거의 형태를 답습하기보다는 그 안에 담긴 정신을 되살려냈다. 프리츠커상 심사위원회도 “왕수는 전통과 현대의 대립을 넘어서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작품을 만들었다”고 수상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왕수에게 전통은 창작의 뿌리였다. 훌륭한 건축문화유산을 가진 한국의 젊은 건축가들이 참고할 만한 대목이다.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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