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민정음, 경국대전, 왕오천축국전 등 규장각이 보유한 고전 50권이 ‘현대의 책’으로 재탄생한다. 고전을 모본으로 삼아 그 주제를 확충·보완하거나 고전 발간 이후의 학술적 연구 성과를 풍부하게 해설해 새로 책을 쓰듯이 제작 간행하는 것이다.
서울대 규장각 한국학연구원(원장 김인걸)과 대우재단(이사장 김욱한)은 ‘규장각 새로 읽는 우리 고전 총서’ 시리즈를 공동으로 기획해 6일 강희안의 ‘양화소록’(1474년)과 박은식의 ‘한국통사’(1915년·사진)를 먼저 출간했다.
이 시리즈는 고전 원문의 내용뿐만 아니라 해당 고전의 주제와 관련한 역사적 사실과 역사적 변천 등을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집필했다. 이종묵 서울대 국문과 교수가 번역 해설한 ‘양화소록’의 경우 꽃과 나무를 대하면서 마음을 수양했던 선비들의 원예문화에 관한 원전을 번역한 것은 전체 분량의 10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나머지 분량에는 양화소록 발간 이후부터 19세기까지 우리와 중국의 문헌을 두루 조사해 우리의 원예문화가 어떻게 변천했는지 풍부하게 풀어냈다.
‘한국통사’의 경우 원전은 망국의 시기에 좌절과 고통을 겪어야 했던 우리 선조들이 동시대와 세계를 어떻게 인지했는지를 보여준다. 역해자인 김태웅 서울대 국사학과 교수는 여기에 책 발간 이후의 학술적 연구 성과를 더해 당시의 시대 상황과 주요 사건의 배경 등을 포괄적으로 알 수 있도록 했다. 이 밖에 숭양기구전, 경민편, 오륜행실도, 목민심서, 악학궤범, 농사직설, 택리지, 경국대전, 훈민정음, 시폐, 동호문답, 입학도설, 왕오천축국전 등 13권의 집필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출판 업무를 맡은 아카넷의 김일수 편집팀장은 “매년 10권을 출간해 5년 안에 50권을 모두 펴낼 계획”이라며 “개론 수준의 인문교양보다는 깊이가 읽는 책읽기를 원하는 독자를 대상으로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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