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글로벌 시대 성공비법은? 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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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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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 경영을 논하다/배병삼 지음/288쪽·1만3500원·푸르메

푸르메 제공
푸르메 제공
공자만큼 한국에서 부침이 심한 사상가도 없을 것이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배경엔 유교에 대한 한국 사회의 분노와 반발심이 있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서구식 신자본주의가 몰락하자 국내에선 동양 고전 속에서 길을 찾고자 하는 열풍이 불었고, 그 중심엔 공자와 논어가 있었다.

‘냉혹한 자본주의 시대에 인문 고전 논어에서 길을 찾다!’라는 부제처럼 이 책도 공자를 통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삶의 지혜, 21세기에 맞는 새로운 경영원리를 찾고자 기획됐다. 동양의 여러 사상을 오늘날의 시각으로 풀어온 저자는 “유교의 진리가 숨쉬는 인간의 간(間)이든, 첨단 상거래 현장인 인터넷의 인터(inter)든, 모두 ‘사이’를 핵심으로 한다는 점에서 유교와 경영은 같은 주제를 다룬다”며 “공자의 ‘인(仁)’을 통한 신뢰와 경청, 조화의 경영은 오늘날 성공한 글로벌 기업의 경영원리와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다”고 강조한다.

“중용을 행하는 사람을 얻어 함께하지 못할 바엔 광(狂)하거나 견(견)한 사람을 얻어야 한다. 광자란 진취적이고, 견자는 우직한 사람이다.”(‘논어’)

책은 공자에 대해 가지고 있는 우리의 선입견을 깨는 데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 예를 들어 공자는 경영의 핵심으로 인재를 꼽았다. 하지만 인재란 탁월한 능력을 갖춘 이를 뜻하지 않는다. 규범을 따르지 않고 톡톡 튀거나, 지켜야 할 가치라면 결코 양보하지 않는 사람이다. 이들을 두루 뽑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게 경영자의 역할이라는 것.

공자가 그토록 강조한 ‘공부’가 몸의 수련을 뜻한다는 것도 재미있다. 즉, 현장에서 몸으로 체험하고 익히는 게 진정한 배움이라는 것이다. 공리공담, 탁상공론으로 치부됐던 공자의 사상이 실은 지극히 현장 중심적이었던 것이다.

공자가 무조건 이익을 낮추고 정의를 높게 본 것도 아니다. 시장에서의 이익 추구는 적극 권장했다. 다만 공공영역이 ‘시장판’으로 변하는 것을 경계했다. 재화의 축적을 꾀하는 게 시장의 역할이라면, 국가 경영은 재화의 분배를 통한 사회 정의의 수립에 그 역할이 있다는 것이다.

에필로그인 ‘공자, 한국 청년에게 고함’을 읽으면 청년 공자와 오늘날 한국 젊은이들 사이의 묘한 동질성을 느낄 것이다. 사(士) 계급 출신인 공자는 이른바 ‘88만 원 세대’였다. “15세에 뜻을 세워 30세에 자립했다”는 말처럼 공자 역시 오랜 세월 준비하고 매진한 끝에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었다. 저자는 “공자가 우리 청년들을 만난다면 ‘직장이 없음을 근심하지 말고, 전문가가 되지 못함을 근심하라’고 조언했을 것”이라며 “청년들이 진정 좋아하는 바를 찾고 이를 위해 꾸준히 노력한다면 언젠가 그 뜻을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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