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9시(현지 시간) 지구 반대편 칠레 수도 산티아고의 공연장 테아트로 카우폴리칸. 3000여 명의 인파가 입을 모아 연이어 함성을 질렀다. 한국 가수 최초로 남미에서 단독 콘서트를 여는 3인조 그룹 JYJ(재중 유천 준수)를 향한 남미인들의 뜨거운 애정표현이었다. 케이팝(K-pop·한국대중가요) 한류가 아시아와 유럽을 넘어 남미에 처음 깃발을 꽂는 순간이었다.
JYJ가 빨간 무대의상을 입고 인기곡 ‘엠프티’를 부르며 등장하자 공연장은 함성 소리로 터질 듯했다. 남미 팬들은 ‘사랑해 JYJ’ ‘재중아 지켜줄 거야’ 등 한글로 쓴 피켓과 태극기, 야광봉 등을 흔들어댔고 감정을 이기지 못해 눈물을 흘리는 팬들도 보였다.
춤과 리듬을 즐기는 것이 일상적 문화인 이들은 JYJ를 향해 “라 콜리타(La Colita·엉덩이를 흔들어줘)!”를 거듭 외쳤다. 공연장에는 JYJ를 보기 위해 칠레뿐 아니라 아르헨티나 브라질 볼리비아 베네수엘라 멕시코 등 중남미 여러 나라 팬들이 몰려와 자국의 국기를 흔들며 응원을 펼쳤다.
공연에 앞서 8일 오전 4시 반 JYJ가 산티아고의 코모도로 아르투로 메리노 베니테스 국제공항으로 입국하자 이른 시간임에도 400여 명의 팬이 마중을 나와 환호했다. 스탠딩석의 앞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팬들은 공연 4일 전부터 공연장 앞에서 침낭을 깔고 줄지어 노숙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공연의 평균 티켓 가격은 한국 돈으로 10만 원 정도. 이곳 물가를 고려하면 큰 액수다.
아르헨티나에서 온 데보라 실바 씨(22)는 “몇 주 동안 저축해서 티켓 값과 교통비를 마련해 겨우 왔다. 칠레에서라도 JYJ를 볼 수 있어 너무나 기쁘다”고 말했다. 동생과 함께 스페인에서 온 타마라 바스케스 씨(25)는 “지난해 10월 JYJ의 스페인 바르셀로나 공연도 봤고 11일 열릴 페루 공연에도 갈 예정”이라며 “아르바이트로 돈을 모으고 절약해 겨우 비용을 마련하지만 JYJ의 열광적인 무대를 보려면 이쯤은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10대 딸과 함께 공연을 본 칠레인 아나 마리아 씨(54)는 한국어로 “JYJ를 알기 전에는 한국이 분단국가라는 사실만 알았는데 JYJ 팬이 되고부터는 한국어도 배우고 한국문화에도 관심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JYJ는 11일 오후 8시(현지 시간) 페루의 수도 리마에서 열리는 6000석 규모의 공연을 끝으로 월드투어를 마친다. 티켓은 매진된 상태. JYJ는 지난해 4월부터 아시아 북미 유럽 남미의 15개 도시에서 총 21만여 명의 관객을 모으며 월드투어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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