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이 트기 전 오전 6시면 어김없이 4.6t 우성호에 몸을 싣는다. 생업현장은 부산 기장군 대변항에서 10∼15km 정도 떨어진 연근해 청정해역. 어군탐지기로 살핀 뒤 그물을 치고 걷어 올리면 2∼3시간은 금방 지나간다. 오전 10시경 대변항으로 다시 들어오면 마지막 멸치털이 작업이 기다리고 있다.
“어기나 차야, 어기나 차야.” 4명의 선원이 2명씩 짝을 맞춰 내뱉는 후리소리. 장단에 따라 그물이 하늘로 치솟았다가 떨어지는 찰나 멸치 수백 마리가 허공에 잠시 머문 뒤 수거 망에 사뿐히 내려앉는다.
기장 대변항에서 25년째 어부 생활을 하고 있는 김진호 씨(48)의 멸치잡이가 이달부터 시작됐다. 대변항 제1방파제로 가는 길목, 부산동부수협 대변지점 못 미친 도로변에서 3∼5월이면 볼 수 있는 정겨운 어촌 풍경이다. 털이 작업이 끝나면 멸치는 중매인을 거쳐 상인 손으로 넘어가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대변항에는 한때 멸치잡이 배가 40척이 넘을 정도로 성업했으나 현재는 10척만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그래도 대변항에서 잡은 멸치가 국내 유통량의 60%를 차지할 정도로 전국 최대 멸치항이라는 명성을 잇고 있다.
육질이 부드럽고, 씨알이 굵고, 청정해역 새우를 먹고 자란 기장 멸치만의 독특함을 맛볼 수 있는 제16회 기장 멸치 축제가 전국 관광객을 유혹하고 있다. 다음 달 19∼22일 대변항에서 열리는 축제의 주제는 ‘신선함 그리고 맛과 멋으로 통하는 기장 멸치’다. 이 때는 멸치 산란기와 겹쳐 맛이 최고다.
봄 멸치는 표면이 푸르스름하고 투명하며 손가락 굵기로 잡자마자 구워 먹거나 회로 먹는 것이 제격이다. 찌개나 튀김도 한다. 어린이의 성장 발육에 좋고 여성들의 뼈엉성증(골다공증) 예방과 태아 뼈 형성에도 좋다고 소문나 있다.
아름다운 대변항을 끼고 영업 중인 22곳의 횟집에서 맛볼 수 있는 멸치회무침은 별미다. 도로변에 위치한 110개 좌판에서는 싱싱한 멸치는 물론이고 멸치젓을 저렴하게 살 수 있다.
덤으로 축제기간에는 체험하고 참여하는 단위행사 40여 가지를 즐길 수 있다. 대형 멸치회 비비기, 멸치회 무료시식회, 맨손 활어잡기에서부터 어선 퍼레이드, 신바람 멸치가요제, 사랑의 멸치 우체통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수산물 깜짝 경매, 소방정 분수쇼와 해상불꽃쇼 등도 진행된다.
최용학 기장멸치축제추진위원회 총괄본부장(54)은 “축제를 통해 기장 멸치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국민건강과 지역경제에 이바지 하겠다”고 말했다. 051-721-4063 ■ 무공해 청정지역서 자라 그윽한 맛과 향이 일품
“1년 내내 자식보다 더 정성을 쏟아야 최상급 미역과 다시마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해야 소비자에게는 질 좋은 상품을 내놓을 수 있고, 생산자는 소득을 올릴 수 있지요.”
부산 기장 미역 대표 생산지인 일광면 이천리 이동마을 앞바다에서 20년 넘게 미역·다시마를 재배하고 있는 김경영 씨(43)는 최근 건조용 미역 수확을 끝냈다. 요즘은 오전 6시만 되면 1.7t 블루마린호를 타고 이동항 앞바다로 나선다. 어장에서 한창 자라고 있는 다시마를 솎아내기 위해서다. 서너 시간 바다와 싸우다 보면 하루 작업량은 끝이 난다. 이런 과정을 거쳐야 5, 6월 수확하는 다시마가 보기 좋고 맛도 좋은 상품으로 생산되기 때문이다.
미역 재배는 5, 6월경부터 시작된다. 마른미역에 붙어 있는 미역귀를 따 바닷물과 함께 큰 그릇에 담은 뒤 며칠간 밟으면 진한 액이 나온다. 이 액에 밧줄을 담가두면 미역세포가 밧줄에 달라붙는다. 채묘 과정이다. 세포가 밧줄에 탄탄하게 붙을 수 있도록 3개월 정도 물을 갈아주고 관리한 뒤 9, 10월경 어장에다 이 밧줄을 설치한다. 눈에 보이진 않던 세포는 60∼70일 정도 지나면 기장 미역으로 탄생한다. 12월 말부터 1월까지가 수확기다.
다시마 재배는 미역보다 까다롭고 기간도 많이 걸린다. 6, 7월경 미역과 마찬가지로 채묘 과정을 거친다. 10, 11월경 어장에 밧줄을 설치하고 다음해 5, 6월경 수확한다. 수확 전까지 6, 7개월간 손질을 해야 맛도 좋고 그윽한 향기를 머금은 기장 다시마가 태어난다.
다시마는 미역보다 가격이 10배 정도 비싸 재배 어민들이 훨씬 많다. 이동마을 어촌계 소속 어민 103명이 75.4ha 어장에서 연간 생산하는 미역은 2278t, 다시마는 4972t에 이른다. 미역을 이용한 음식이나 가공식품은 국이나 무침, 냉국, 튀김, 쿠키 정도로 제한적이다. 그러나 다시마는 국수에서부터 환(丸), 변비 방지용 식품, 피부미용 용품, 수프, 젤리, 사탕, 비누 등 적용 분야가 다양하다.
다음 달 6∼8일 이동항 일대에서는 이런 무공해 청정해역 기장 미역·다시마를 마음껏 맛보고 즐길 수 있는 제3회 기장미역·다시마축제가 펼쳐진다. 3대 풍어제 중 하나인 동해별신굿을 시작으로 막이 오르는 축제는 가족들이 함께 즐길 만한 프로그램이 많다. 손수 미역을 채취해보고 체험하거나 참여하는 행사도 빼놓을 수 없다. 배 위에서 진행되는 행운의 다시마 찾기, 미역 다시마 등 해초로 만든 용궁비빔밥 등 먹거리도 준비돼 있다. 051-724-2050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 국내 최대 멸치산지… 관광객 사로잡을 다채로운 행사 준비 ▼
“부산 기장 앞바다는 동해와 남해 중간 정도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바다 물살이 세고 멸치의 활동력이 왕성해 다른 지역 멸치와는 질이 다릅니다.”
배성대 기장멸치축제추진위원회 위원장(66)의 기장 멸치 예찬론이다. 그는 요즘 ‘멸치’ 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로 멸치축제 준비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옛날 기장 앞바다에는 청어가 많이 잡혔으나 50∼70년 전부터 멸치가 나타나기 시작했지요. 현재는 기장 앞바다가 멸치잡이 본고장이 돼 버렸습니다. 전국 멸치 생산량의 60% 정도를 기장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멸치하면 기장 대변항, 기장 대변항 하면 멸치를 떼놓고 생각할 수가 없지요. 전국 최고 최대 멸치 집산지입니다.”
그의 말대로 기장 대변항은 사시사철 멸치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성어기인 3∼5월에는 생멸치, 멸치회, 멸치무침, 멸치구이, 멸치튀김이 식도락가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성어기가 아니더라도 멸치찌개를 맛볼 수 있고, 온갖 반찬의 기본이 되는 멸치젓갈은 일품이다.
“기장 멸치축제는 기장에서 열리고 있는 각종 축제의 효시입니다. 올해가 16회째로 역사가 가장 오래됐고, 규모면에서도 최고입니다. 46가지 개별행사마다 다 특징이 있지만 올해는 특히 관광객의 참여 및 체험행사에 중점을 뒀습니다.”
배 위원장의 말대로 기장 대변항이 아니면 체험할 수 없는 멸치까기, 널기, 비비기, 멸치 낚기 등 체험행사가 다음달 19일부터 풍성하게 펼쳐진다. ▼ 수라상에 올리던 기장 미역, 직접 채취하고 맛볼 기회 ▼
“전국에서 미역·다시마로 축제를 여는 곳은 부산 기장이 유일합니다. 기장 미역은 조선시대 임금에게 올렸던 진상품이었지요. 이런 전통을 알리고 무공해 청정지역 기장에서 생산되는 특산품을 보급하기 위해 축제를 열게 됐습니다.”
이상복 기장미역·다시마축제추진위원회 위원장(58)은 기장 미역과 다시마에 대해 자부심이 대단했다. 태어나고 자란 기장군 일광면 이천리 이동마을에서 미역과 다시마를 키우며 생업을 이어가고 있는 그는 “친환경 건강 음식으로 이만한 게 없다”고 자랑했다. 이 축제는 정부가 2010년 기장지역을 미역·다시마 특구로 지정하면서 탄생했다. 지난해에는 구제역과 동일본 대지진 여파 등으로 열리지 못했다. “올해 축제는 3회째입니다. 역사는 짧지만 어민 소득증대와 지역경제 활성화, 기장 미역·다시마 브랜드화로 부가가치를 높여 1석 3조의 효과가 기대됩니다.”
다른 지역에도 미역과 다시마가 생산되지만 바다환경이 기장만 한 곳이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기장 앞바다는 깨끗한 물, 조류, 적당한 수온 등 질 좋은 미역과 다시마가 자랄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는 것. “기장 미역은 산모의 혈액 순환에 좋은 데다 미네랄이 풍부해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는 해산물이 됐지요. 다시마는 인기 건강식품으로 미역보다 더 각광받고 있지요.”
이 위원장은 “다음 달 6∼8일 이동항 일대에서 열리는 기장미역·다시마축제에 오면 직접 미역·다시마를 채취해 보고 맛볼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 기다리고 있다”며 “가족 봄나들이 축제로 최고”라고 추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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