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에게 립스틱은 ‘최종 병기’다. 파리한 ‘생얼’이 더는 수수하다는 형용사로 표현되지 않을 때 여자는 립스틱을 바른다. 마치 비장의 무기를 꺼내든 사람처럼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립스틱만 있으면 단 몇 번의 ‘터치’로 화사함 우아함 섹시함 청초함을 오갈 수 있다.
위크엔드3.0은 올봄을 겨냥해 ‘잇 컬러’를 내세운 립스틱 신상품을 비교 체험했다. 슈에무라는 코럴색(330호), 맥은 코럴 빛의 래즐대즐러, 랑콤은 로즈펄(351호), 디오르는 핫핑크 플라자컬러(476호)를 써봤다.
●여기자 4인의 평소 입술 화장법
김현진=결혼 전 남편에게 “나의 어디가 예뻐 결혼했느냐”고 물었다. 남편은 “빨갛고 야무지게 생긴 입술”이라고 답했다. 결혼 생활 7년, 이제 우리는 어디가 예쁜지 묻지도 답하지도 않는다. 다만 ‘불타는 빨간 입술’만은 나의 자존심이다. 샤넬 랑콤 맥 클리니크의 립글로스를 다양하게 사용하며 키엘의 튜브형 립밤을 좋아한다.
김현수=립글로스와 립스틱을 번갈아 쓴다. 캐주얼한 자리에는 립글로스만큼 편한 게 없고, 색깔을 내고 싶을 때 립스틱만 한 게 없다. 립글로스는 바비브라운, 립스틱은 디오르, 바비브라운, 슈에무라를 쓰는 편. 다만 립스틱을 쓸 때 꼭 립밤을 챙긴다. 입술이 자주 건조해지는 편이라 너무 ‘매트한’ 립스틱만 바르면 입술이 불타는 듯 갈라지는 느낌이 든다.
염희진=건조한 겨울철 립글로스 외에 색깔 있는 립스틱을 거의 바르지 않는다. 바람이 불었을 때 머리카락이 입술에 달라붙는 느낌이 싫다. 하지만 이번 체험을 통해 립스틱만으로 변화무쌍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앞으로 눈 화장보다 입술 화장에 비중을 두고, 대담한 빨간 립스틱에 도전해볼 생각이다.
강유현=평소 쓰는 제품은 바비브라운의 비키니핑크. 얼굴색에 맞는다면 립스틱 색깔의 유행을 가리지 않는다. 동그란 얼굴에 입이 작아 빨간 립스틱을 바르면 유치원 재롱잔치에서 화장한 애 느낌이 난다. 최대한 누드 톤이나 색깔이 거의 없는 분홍빛 립스틱을 선호한다. 입술이 건조하고 립스틱을 바르기 귀찮을 때는 립밤만 바른다.
●이 제품 써봤어요
슈에무라의 루즈 언리미티드 2012 (3.7mL·3만5000원)
코럴 오렌지 핑크 와인 베이지 등 50가지 색상을 내세웠다. ‘크리스털 코어 하이브리드 피그먼트’라는 색소는 색상의 투명도를 높여주며, 3가지 수분 활성 성분은 입술 표면에 방어막을 형성해 수분을 오래 지속시킨다고 업체 측은 설명했다.
맥의 래즐대즐러(3g·2만7000원)
‘기분 좋은 왁자지껄함’이라는 뜻의 래즐대즐러는 투명한 코럴 빛이다. 2007년 ‘라켈 웰치’ 컬렉션에서 한정판으로 나온 후, 한국 고객의 반응이 좋아 재발매됐다. 누구에게나 무난하게 어울리며 반짝이는 촉촉함이 오래 유지된다고 한다.
랑콤의 루주 인 러브(4.2mL·3만9000원)
배우 에마 왓슨의 하루 중 특별한 순간에서 색의 영감을 받았다. 27개 색상은 싱그러운 아침 같은 부드러운 색, 늦은 오후 외출을 빛낼 대담한 색, 파리의 밤을 연상시키는 강렬한 색 등으로 분류된다. 촉촉한 수분감이 특징이며 입술을 보호해주는 오일 성분을 담았다.
디오르의 어딕트 익스트림(3.5g·3만9000원)
대담한 레드에서 누드 베이지까지 12가지 색상이 검은색 케이스에 담겨 새로 나왔다. 선명하고 화려한 색상이 특징이며 광택의 지속력을 높였다고 업체 측은 설명했다. 히알루론산과 부스팅 오일이 입술을 도톰하게 보이게 하는 효과를 준다고 한다.
●여기자의 별별 평가
김현진=디오르는 네 제품 중 가장 진한 핑크였다. 바르는 세기에 따라 핫핑크 입술이나 청초한 소녀 입술로 연출할 수 있다. 부드럽게 발리고 촉촉해 건조한 겨울철에 제격이다. 약한 초콜릿 향도 거북하지 않다. 랑콤은 젊은 감각이 돋보였지만 고급스러운 느낌은 덜했다. 필기체로 쓴 ‘rouge’와 고딕체로 쓴 ‘IN LOVE’도 안 어울렸다. 디오르보다 좀 더 옅은 핑크색이어서 하얀 피부를 선호하는 한국 여성에게 인기가 많을 듯.
맥은 살구색이 도는 오렌지색으로 가장 무난했다. 얼굴에 노란기가 있어 살구색이나 오렌지색은 안 어울린다고 생각해 왔는데 이 제품은 그렇지 않았다.
슈에무라는 네 제품 중 가장 향이 덜했다. 발림성이나 촉촉함 면에서 좋았지만 노르스름한 내 얼굴엔 제일 안 어울렸다. 음료를 마시거나 음식을 먹어도 잘 안 지워지는 등 지속력이 가장 좋았다.
김현수=올봄 슈에무라가 추천한 330호는 ‘청초한 코럴’(310호)에서 한발 더 나아간 ‘설레는 코럴’. 청초한 코럴이 차분하고 핑크 빛이 감돈다면 설레는 코럴은 오렌지 빛 느낌이다. 발색이 강한 립스틱을 안 쓴다면 처음에는 어색할 만하다.
맥은 여성스러운 코럴색이다. 튀지 않으면서 여리한 살구색이 마음을 흔든다. 깔끔한 정장에 여성스러운 느낌을 가미할 때 딱 좋을 색상이다. 두 번 정도 발라주니 연한 코럴 빛이 살아났다.
디오르는 사용감이 최고였다. 지난해 은색 패키지보다 이번 블랙 패키지가 질감이 부드럽고 발색력이 좋았다. 약간의 유분감이 각질을 잠재워줘 사용하기 편했다. 립글로스에서 립스틱으로 넘어가려는 사람이 부담 없이 쓸 수 있는 질감이다. 랑콤은 발색력이 최고였다. 색깔이 그대로 오래 지속되는 게 눈에 띄었다.
염희진=슈에무라는 봄을 앞두고 산뜻한 기분을 내기에 가장 적합했다. 형광 분홍색에 가까워 처음에는 부담스러웠다. 마치 만화 ‘달려라 하니’에 나오는 홍두깨 선생의 부인 같았다. 하지만 이내 익숙해졌고 바르는 느낌도 가벼웠다. 다만 투명 플라스틱 뚜껑은 쓰면 쓸수록 립스틱이 묻어 지저분하게 보였다. 맥은 가장 부담 없이 두루두루 사용할 수 있는 색깔이었다. 평범한 듯 보이지만 살구색에 가까운 분홍색이 은은하면서 세련된 느낌이었다. 검은색 총알처럼 생긴 제품 디자인은 가장 마음에 들었다.
디오르와 랑콤은 20대보다 30, 40대에 더 어울릴 듯하다. 진달래 빛깔의 디오르는 자칫 나이 들어 보일 위험이 있었다. 다만 촉촉한 느낌이 좋았다. 진한 분홍색의 랑콤은 얼굴이 하얀 사람이 아니라면 소화하기 힘들 것 같다. 에마 왓슨을 내세우며 젊은 느낌을 주려 했지만 용기 디자인이 그렇지 못해 아쉬웠다.
강유현=맥은 누드톤의 오렌지색에 가까웠다. 립밤을 덧발라도 비교적 색이 잘 유지됐다. 처음보다 몇 분 정도 지난 뒤 발색이 더 잘됐다. 자연스러운 입술을 표현하고 싶을 때 좋을 것 같다. 매끈한 검은색 플라스틱 용기가 가장 심플하고 예뻤다.
슈에무라는 용기가 가벼워 휴대성이 좋은 반면, 뚜껑이 플라스틱이라 잘 깨질 것 같다. 산호 빛이 맥과 비슷하지만 맥 제품에 핫핑크를 약간 섞어놓은 듯하다. 귀엽고 통통 튀는 느낌이다. 처음 발랐을 때 오렌지 빛이 나면서도 핑크 빛이 감돌아 예쁜데 몇 시간이 지나면 입술에 붉은빛만 남는 게 아쉬웠다.
디오르는 얼핏 보면 랑콤보다 어둡지만 실제로 밝은 꽃분홍색이었다. 노란기가 있는 내 얼굴에는 잘 어울리지 않았지만 발림성은 좋았다. 랑콤은 하나만 쓰기엔 너무 붉은 느낌이다. 아침에 바른 뒤 오후 3시가 돼도 입술에 붉은 기가 돌았다. 용기는 가장 무겁고 디자인이 촌스러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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