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368>曰夫物之不齊는 物之情也니 或相倍사하며 或相什伯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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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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或相千萬이어늘 子比而同之하니 是는 亂天下也로다

陳相(진상)은 許行의 道를 따르면 시장 안의 물품 값이 동일해져서 오척의 동자(곧 삼척동자)가 시장에 가더라도 속이는 사람이 없게 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시장 안의 물품은 단위상 서로 같다면 값도 서로 같아야 한다고 부연했다. 이에 대해 맹자는 허행과 진상의 주장은 품질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아 오히려 시장의 흐름을 교란시킬 것이라고 반박했다.

曰 이하는 맹자의 말이다. 物之不齊는 물품이 서로 질적으로 가지런하지 않음을 말한다. 物之情은 물품의 실정이란 뜻이다. 倍사(배사)의 배는 곱절, 사는 다섯 곱절이다. 什伯의 什은 열 배, 伯은 백 배이다. 이때 伯은 百과 같다. 千萬은 천 배, 만 배라는 말이다. 여기서 倍사, 什伯, 千萬은 모두 倍數(배수)를 뜻한다. 或相倍사 이하는 같은 짜임의 구를 나란히 셋이나 연결하는 類句法(유구법)을 사용하여 자신의 주장을 강화했다. 子는 맹자의 이야기 상대인 진상을 가리킨다. 比而同之는 무리하게 나란히 두어 가격을 같게 하려고 한다는 뜻이다.

오늘날의 시장경제를 보면 물품의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품질만이 아니다. 유통 구조도 크게 영향을 끼친다. 따라서 유통 방식이 다른 판매처는 각기 다른 가격을 제시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최근 유명 브랜드의 점퍼 회사는 백화점이든 직영점이든 대리점이든 일반 등산용품점이든 무조건 똑같은 가격으로 팔도록 뒤에서 조장했다고 하여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당했다. 허행이나 진상이 상품의 가격을 동일하게 하려고 한 것은 당시 자행되던 불공정한 거래를 막기 위한 한 방편이었다. 하지만 그 방법은 당시로서도 이미 비현실적이었다. 당시에도 이미 상품의 가격을 책정할 때는 품질의 차이를 고려하여야 했으므로, 맹자는 허행과 진상의 상품가격론을 부정한 것이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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