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脫영웅적인 2040, 뼛속까지 영웅적인 보수 리더 싫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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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21일 03시 00분


■ 계간 철학과 현실 ‘현대사회와 권력의 재구성’ 특집

한국의 2040세대가 보수를 외면하는 이유는 뭘까. “한국이 이미 탈(脫)영웅적 사회에 진입했지만 보수층 리더들은 여전히 ‘영웅 리더십’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계간 ‘철학과 현실’ 봄호 특집 ‘현대사회와 권력의 재구성’에 기고한 글 ‘2040이 보수를 혐오하게 된 이유’에서 오늘날 20∼40대는 공동체보다 자신을 우선시하고 의무감보다 권리의식이 강한 탈영웅적 개인들이라고 보았다.

그는 “탈영웅적 리더는 남의 문제를 듣고 조언해주는 ‘상담자’, 남을 가르치기보다 업적으로 자신을 증명하는 ‘본보기’에 가깝다”며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변수로 떠오른 이유를 그의 탈영웅적 리더십에서 찾았다. 또 “영웅적 리더는 자신을 일반 무리들과 질적으로 구분되는 엘리트로 여기면서 군림하고 이끌고 명령을 전달한다”며 “보수적 리더들은 ‘뼛속 깊이’ 영웅적이면서 게다가 진정한 영웅도 아니다”라고 썼다. 이 때문에 보수적 리더들이 20∼40대 사이에서 저항과 냉소, 조롱을 불러일으킨다는 지적이다.

전상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기고문 ‘권력의 재구성’에서 “우리 시대 권력의 재구성은 정보기술(IT) 혁명을 통해 영리해진 개인들이 네트워크 방식의 단결을 통해 제도권 정치권력을 총체적으로 무력화시키는 과정”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범세계적으로 정당의 역할이 쇠퇴하고 무당파(無黨派)가 확산되는 추세에서 정치적 공간과 비정치적 영역의 구분이 흐려지고 있다”며 “정당 지지나 선거 과정은 정치적 참여행위의 작은 일부로 축소되어 간다”고 말했다. 그리고 ‘비정치적 정치’의 위력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안철수 현상’을 꼽았다.

윤평중 한신대 철학과 교수는 ‘현대 권력론’을 통해 권력을 국가 차원의 현실적 실체로 보는 ‘실체권력론’과 일상적 차원의 관계의 그물로 보는 ‘미시권력론’의 약점을 보완할 대안으로 ‘소통권력론’을 제시했다. 윤 교수는 “백화제방으로 분출하는 각종 담론이 경합하는 한국 공론 영역에서 소통권력론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권력과 싸운다는 반(反)권력의 미명 아래 특정 담론이 합리성과 정당성의 검증을 회피한다면 민주적 소통권력으로 간주될 수 없다”며 대표적 사례로 2008년 촛불시위 당시 인간 광우병 담론, 천안함 폭침이 북한 소행임을 부인하는 시민 담론을 꼽았다.

또 윤 교수는 인터넷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의 ‘비키니 파동’에 대해 “나꼼수 팀의 이중적 태도는 권력관계의 역전 가능성에 대한 근본적 몰이해에서 비롯된 바가 크다”며 “‘잘못된 권력인 가카’를 희롱하고 꼬집는 자신들의 ‘가카 헌정방송’이 또 다른 문화권력이 됐다는 사실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가 그 증거”라고 설명했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2040,#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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