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첼리스트 다니엘 뮐러쇼트 “슬프도록 아름다운 엘가의 낭만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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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22일 03시 00분


내일 서울시향과 첫 내한공연

1727년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마테오 고프릴레르가 제작한 첼로 ‘엑스 샤피로’를 연주하는 첼리스트 다니엘 뮐러쇼트. 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1727년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마테오 고프릴레르가 제작한 첼로 ‘엑스 샤피로’를 연주하는 첼리스트 다니엘 뮐러쇼트. 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목소리가 첼로 음색처럼 따뜻하고 묵직했다. 독일 뮌헨의 자택에서 전화를 받은 첼리스트 다니엘 뮐러쇼트(36)는 “내가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엘가의 첼로 협주곡으로 한국 데뷔 무대에 서게 돼 기쁘고 설렌다”고 말했다.

뮐러쇼트는 침착성과 대담함, 유연함을 함께 지녀 세계 각국의 주요 오케스트라들이 앞다퉈 초청하는 연주자다. 오케스트라와 협연이 공연 스케줄의 80%를 차지한다. 그가 23일 오후 8시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서울시립교향악단과 함께 무대를 꾸민다. 프랑스의 거장 미셸 플라송(79)이 지휘봉을 든다.

“엘가 첼로 협주곡은 그동안 가장 많이 공연한 작품입니다. 열다섯 살부터 이 곡을 무대에서 연주했으니까요. 이 작품에는 가을의 느낌과 잔잔한 슬픔, 고도의 기교와 노래하는 듯한 첼로의 특성이 공존합니다. 무척 낭만적이면서도 아름다워서 빠져들 수밖에 없지요.”

그는 2006년 앙드레 프레빈의 지휘로 오슬로 필하모닉과 엘가 협주곡을 녹음하기도 했다. “엘가가 1918년 이 곡을 썼을 당시를 상상해 본다. 영국 우스터에 있는 엘가 박물관을 찾아가 엘가의 흔적이 남은 악보도 찾아 봤다. 수도 없이 연주했지만 언제나 악보로 돌아가 다시 연구하게 된다”고 그는 말했다.

뮐러쇼트를 얘기할 때 한때 부부였던 지휘자 겸 작곡가 앙드레 프레빈과 바이올리니스트 안네조피 무터를 빼놓을 수 없다. 무터는 안네조피무터재단의 장학생이었던 뮐러쇼트를 첼리스트 므스티슬라프 로스트로포비치에게 소개했다. 2006년 결별한 뒤 친구로 지내고 있는 프레빈-무터 커플과 뮐러쇼트는 지금도 가까운 사이다. 뮐러쇼트는 “프레빈이 나를 위해 첼로 협주곡을 작곡했는데 이 작품을 자신의 지휘로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와 초연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로스트로포비치는 그에게 “연주자는 작곡가의 메신저가 돼야 한다. 연주회마다 작품의 새로운 면모를 찾아내라. 새로운 작품을 발굴하는 노력도 아끼지 말라”고 조언했다고 한다. 그런 가르침을 따라 그는 리스트와 동시대 독일계 작곡가였던 요아힘 라프와 로베르트 폴크만의 작품을 발굴해 레퍼토리에 올렸다. “잊혀진 작곡가들에게 다시 빛을 비추는 일에서 무한한 기쁨을 느낀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가 처음 첼로에 빠져든 것은 다섯 살 때 요요마가 연주하는 슈만 첼로 협주곡을 듣고서. 15세 때 차이콥스키 청소년 콩쿠르에서 우승한 뒤 비로소 첼리스트의 삶을 살기로 굳게 결심했다고 한다. 요즘 그의 취미는 조깅, 축구, 스키, 등산이다.

“다칠까 봐 걱정되지 않느냐고요? 전혀요. 지금껏 한 번도 부상 입은 적이 없어요.(웃음) 땀 흘리면서 운동할 때, 한껏 공기를 들이마실 때 기분이 얼마나 좋아지는데요. 영감이 절로 떠오르죠.”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음악#클래식#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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