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한정판으로 이미지 높이고,엔트리 라인으로 고객 늘리고

  • Array
  • 입력 2012년 3월 23일 03시 00분


명품 시계의 투 트랙 전략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위블로의 56억 원 짜리 시계, 제니스 ‘파일럿 다에호네 타입 20’, 태그호이어 ‘카레라 칼리버 17 잭 호이어 80주년 생일 기념 리미티드 에디션 41mm’, 제니스 ‘에스파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위블로의 56억 원 짜리 시계, 제니스 ‘파일럿 다에호네 타입 20’, 태그호이어 ‘카레라 칼리버 17 잭 호이어 80주년 생일 기념 리미티드 에디션 41mm’, 제니스 ‘에스파다’.

다이아몬드 1200개, 제작 기간 14개월, 가격 500만 달러(약 56억 원). 위블로가 이번 바젤월드에서 내놓은 가장 비싼 시계다. ‘대체 이런 시계는 누가 사지?’라고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공개된 지 하루 만인 9일 팔렸다.

10일 바젤월드에서 만난 위블로의 마린 브레넌 홍보매니저는 멀리서도 반짝이는 이 시계를 보여주며 “원석을 찾아다니는 데만 6개월이 걸렸다”며 “15일 바젤월드가 끝나면 새 주인의 품으로 가게 될 것이다. 위블로는 보도 자료를 통해 싱가포르 유통업체가 사갔다고 밝혔다. 이 시계는 싱가포르 위블로 매장에 전시된다. 실제 소비자에게 팔리지 않아도 유통업체가 손해 볼 장사는 아니라는 게 시계 업계의 설명이다. 국내 한 시계 업체 관계자는 “유명한 한정판을 매장에 보유하면 매장의 전체 수준이 높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명품 시계에 ‘한정판’이 끊이질 않는 이유다.

한정판이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면 ‘입문용 시계’인 엔트리 라인은 소비층을 늘리는 효자 역할을 한다. 시계의 세계에 입문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만큼, 올해 바젤에서는 엔트리 라인도 고급스럽게 변신했다. 세계 여행자나 금융계 전문직을 위해 차별화된 기능을 가진 시계도 나왔다. 서로 다른 소비자들의 마음을 빼앗으려는 명품 시계들의 영민한 제품 전략인 셈이다.

한정판의 향연
제니스는 다이얼 크기가 무려 57.5mm에 달하는 한정판 ‘파일럿 다에호네 타입 20’을 선보였다. 이 시계는 한정판일 수밖에 없다. 제니스 매뉴팩처에 500개 정도 남아 있던 옛 무브먼트를 이용했기 때문이다. 1930년대에 비행기 계기반에 쓰기 위해 만든 ‘5011K 무브먼트’로 크기가 50mm라 시계 다이얼이 커졌다. 500개의 무브먼트 중에서 75개는 로즈골드 버전으로, 250개는 티타늄 버전으로 제작했으며 남은 무브먼트는 사후관리(AS)를 위해 특별히 보관한다. 올 초 열린 바젤월드의 사전행사에서 공개한 로즈골드 버전은 이미 동이 났다.

태그호이어는 남성 시계라인의 대표격인 ‘카레라’를 론칭한 주인공인 잭 호이어 명예회장의 80주년 생일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한정판으로 ‘카레라 칼리버 17 잭 호이어 80주년 생일 기념 리미티드 에디션 41mm’를 선보였다. 그는 모터레이싱의 열렬한 팬답게 카레라, 모나코, 실버스톤 등 아이콘으로 남을 라인을 선보인 인물로 꼽힌다.

업그레이드 엔트리
브라이틀링 ‘트랜스오션 크로노그래프 유니타임’
브라이틀링 ‘트랜스오션 크로노그래프 유니타임’
브라이틀링은 엔트리 라인의 대표격인 ‘슈퍼오션’ 라인을 고급스럽게 업그레이드한 다양한 제품을 내놓았다. ‘슈퍼오션 크로노그래프 M2000’은 물속 2000m 깊이에서도 크로노그래프(스톱워치) 기능이 가능한 신제품. 지난해 나온 ‘슈퍼오션 44’와 ‘슈퍼오션 크로노그래프’에는 로즈골드 소재를 추가해 엔트리 라인의 고급화를 추구했다.

제니스는 자사의 ‘엘 프리메로’ 무브먼트이면서 크로노그래프 기능 없이 기본적인 기능만을 갖춘 ‘에스파다’ 컬렉션을 선보였다. 엘 프리메로 무브먼트 시계는 대개 1000만 원이 훌쩍 넘지만 이 시계는 800만 원대 초반에서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자사 무브먼트 적용 시계를 살 수 있는 문턱을 한 단계 낮춘 셈이다. 위블로도 자사 유니코 무브먼트 외에 좀 더 단순한 시계에 들어갈 무브먼트를 개발하고 있다. 위블로의 브레넌 매니저는 “매달 시계 장인 5∼8명을 고용하고 있지만 프로덕션을 완성하는 데 사람이 모자라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여행자 vs 은행가
올해 바젤월드에서는 여행자를 타깃으로 한 시계들이 봇물을 이뤘다. 시차가 바뀌어도 금세 해외 시간에 적응할 수 있는 시계를 선보인 것이다. 스마트폰에 저절로 현지 시간이 맞춰져 있다고? 고급 시계들은 전자장치 없이 기계공학만으로 다양한 기능을 표현하는 게 묘미다.

브라이틀링은 새로운 자사 무브먼트 칼리버 05를 적용한 ‘트랜스오션 크로노그래프 유니타임’를 선보였다. 세계 각 타임존의 24개 도시 이름이 시계에 적혀 있고, 크라운(시계 측면 튀어나온 시간 조정장치)을 빼서 앞뒤로 돌리기만 하면 여행지에 도착해서 쉽게 현지 시간을 적용할 수 있다. 장폴 지라댕 브라이틀링 부회장은 “로컬 시간과 해외 시간을 한 번에 체크하는 듀얼타임 시계가 세계 증시를 늘 체크해야 하는 은행가들의 시계라면 유니타임은 활발한 여행자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롤렉스도 시간 여행자를 위한 ‘오이스터 퍼페추얼 스카이-드웰러’를 선보였다. 서로 다른 두 개의 시간대를 쉽게 조정하고 읽을 수 있는 듀얼 타임 존 기능과 30일과 31일이 있는 달을 자동으로 구분하는 롤렉스 특허 연간 캘린더 시스템인 사로스(SAROS) 기능을 갖추고 있다.

바젤=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