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373>徐子以告夷子한대 夷子曰儒者之道에 古之人이 若保赤子라 하니…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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此言은 何謂也오 之則以爲愛無差等이오 施由親始라 하노라

맹자는 묵자의 무리가 薄葬(박장)을 주장하는 게 잘못임을 논파하고자, 묵자의 사상을 따르는 夷之(이지)가 도리어 부모를 厚葬(후장)한 사실을 들어, 그의 주장과 실천이 모순됨을 문제 삼았다. 그래서 夷之가 다시 찾아오자, 그 문제를 제자 徐(벽,피)(서벽)을 통해 전하게 했다. 徐子, 즉 서벽이 맹자의 말을 전하자 夷之는 유학의 말을 인용해 묵자의 사상을 옹호함으로써 맹자의 비판에 응대했다.

以告夷子에서 以의 다음에 개사 목적어가 생략돼 있다. 생략된 것은 맹자가 서벽에게 들려준 비판의 말이다. 儒者之道는 유학자의 도이다. 단, 道를 아래로 붙여서 言이나 曰처럼 ‘말하다’란 뜻으로 해석하는 설도 있다. ‘古之人若保赤子’는 옛날의 성현이 백성을 보호하는 것은 마치 자신의 갓난아기를 보호하듯이 한다는 뜻이다. 이 말은 ‘서경’ 周書(주서) ‘康誥(강고)’ 편에 나온다. 之는 夷之가 자신의 이름을 스스로 불러 말한 것이다. 以爲∼는 ‘∼라고 생각한다’는 뜻이다. 愛無差等은 대상의 구별 없이 사람들을 동등하게 사랑한다는 말이다. 施는 ‘사랑을 실제로 실천하는 순서로 본다면’ 정도의 뜻을 나타낸다.

夷子는 자신이 兼愛(겸애) 사상을 주장하면서도 부모의 상을 후하게 치른 것을 변명하여, ‘사랑에는 차등이 없되, 베풂은 어버이로부터 시작한다’라는 논리를 폈다. 그리고 ‘사랑에는 차등이 없다’는 논리를 강화하기 위해 유학자의 경전인 ‘서경’의 글을 인용했다. 이러한 논리 구사는 맹자가 말한 遁辭(둔사·도피하는 말)에 해당한다. 맹자는 浩然之氣章(호연지기장)에서 피辭(피사·편벽된 말), 淫辭(음사·방탕한 말), 邪辭(사사·간사한 말), 遁辭 등 담론상의 네 가지 병통을 열거한 바 있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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