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에이지 피아니스트 유키 구라모토 씨, 통영국제음악제 개막공연서 즉흥 연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26일 03시 00분


피아노 타고 흐른 아리랑
통영 밤바다 굽이쳐 흘러

피아니스트 유키 구라모토 씨(61·사진)는 23일 개막한 통영국제음악제(TIMF)에서 조금은 ‘의외의’ 손님이었다. 작곡가 윤이상의 음악적 업적을 기리는 이 음악축제에 ‘뉴에이지 피아니스트’라니.

24일 통영에서 만난 구라모토 씨는 “2010년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의 ‘지한파(知韓派) 아티스트 아리랑 음반’ 제작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TIMF에 초청을 받았다. 나 역시 좀 의아했고 몇 차례 사양하다가 축제의 다양성을 위한 것이라 생각하고 수락했다”고 말했다. 올해 ‘소통(without distance)’을 주제로 삼은 TIMF는 다양한 장르, 동양과 서양, 기성과 젊음 간 ‘길트기’를 꾀하고 있다.

구라모토 씨는 음악제 개막일 오후 10시에 열린 ‘나이트 스튜디오’ 공연에서 소리꾼 이자람 씨(33)와 함께했다. 구라모토 씨가 피아노 건반에 손을 올리자 이내 아리랑 선율이 피어났다. 이 씨의 구성진 목소리가 영롱한 피아노 음색과 묘하게 얽혀들면서 객석으로 아리랑이 굽이쳐 흘러들었다. 이 씨는 무대에서 “정선아리랑을 토대로 한 구라모토 씨의 연주에, 나는 진도아리랑을 부른다. 어쨌든 우리의 아리랑”이라고 말했다.

“재즈 느낌의 아리랑이었죠. 리허설 때 자람 씨와 멜로디 라인, 서로 들어가고 나올 부분 같은 큰 틀만 정했어요. 본공연 때 서로 느낌을 맞춰가며 즉흥 연주를 펼친 것이죠. 그 순간 자람 씨와 소통이 이뤄졌다는 생각이 들어요. 올해 TIMF에서 ‘악보가 없는’ 유일한 공연이 아니었을까 싶네요.”(구라모토 씨)

구라모토 씨는 자작곡 ‘웜 어팩션’ ‘스완 송’ 등도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삼중주 곡으로 편곡해 새로 선보였다. 그는 “‘이지 리스닝’ 장르 음악이 대개 연주하기 쉽고 편곡도 단순하지만 나는 클래식 작품에 필적하도록 멜로디 라인과 편곡에 심혈을 기울인다”고 설명했다. 2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공연을 위해서는 55인조 오케스트라용으로 모두 다시 편곡했다.

무대에 선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어를 ‘열심히’ 구사했다. 곡 소개뿐 아니라 “긴장됩니다” “잘 들어주세요” “에너지 넘치는 소리꾼 이자람 씨를 소개합니다” 등 그의 서툰 한마디 한마디에 객석에서 박수가 쏟아졌다.

통영=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유키구라모토#통영국제음악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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