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시티 대구]여유롭게∼ 사람냄새 맡으며 대구의 매력을 느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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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27일 03시 00분



대구 중구 청라언덕에 있는 90계단. 걸음을 옮길 때마다 3.1운동 정신을 느낄 수 있다.
대구 중구 청라언덕에 있는 90계단. 걸음을 옮길 때마다 3.1운동 정신을 느낄 수 있다.
《팔공산 비슬산 경상감영 100년 골목 대구스타디움…. 대구의 풍경을 잘 보여주는 ‘대구 12경(景)’ 중 일부다. 관광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12경 선정위원회가 대구의 명소 52곳 가운데 가장 의미있고 아름다운 12곳을 선정한 것이다. 대구에는 볼거리가 없다는 ‘편견’을 깨기 위한 노력이다. 최근 여행 전문가들이 12경 등을 답사한 느낌을 담은 책도 2권 펴냈다. 노력은 조금씩 성과를 거두고 있다. 중구 계산동 일대 골목투어는 60명의 문화관광해설사가 모자랄 정도로 인기다.》

○ 30분 안에 100년 역사를 넘나들다

장철수 씨(44·서울 동대문구 제기동)는 다음 달 가족과 함께 대구 경상감영공원을 찾을 예정이다. 여행을 좋아하는 장 씨가 올봄 가족테마여행지로 꼽은 곳은 달구벌 대구다. 그것도 그다지 널리 알려지지 않은 도심의 한 공원이다. 지난해 가을 대구 출장 때 우연히 본 경상도 관찰사의 달구벌 순찰 행차 재현 모습을 가족에게 보여주고 싶어서다. 그는 “이 모습과 함께 민족시인 이상화 고택, 국채보상운동이 시작된 대구의 이모저모를 아이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지금 대구를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장 씨와 같은 관광객을 위해 4∼11월 매주 토요일 오후 2∼4시 경상감영공원에서 감영 풍속재현 행사를 연다. 40여 명의 배우들이 경상도 관찰사와 이를 지키는 호위병, 문을 지키는 수문병으로 변신해 이곳을 400년 전 모습으로 돌려 놓는다. 대구 명창의 판소리와 고전무용이 어우러진 공연과 전통의상 입기 등 관광객 참여 프로그램도 풍성하다. 경상도 관찰사가 근무하던 관청인 경상감영은 1601년(선조 34년)부터 1910년 폐지될 때까지 300여 년 동안 253명의 경상도 관찰사가 근무했다. 당시 경상도 관찰사는 지금의 대구와 경북 부산 경남 울산 등 영남권 5개 광역지자체의 행정 최고책임자였다. 1만6500m²(약 5000평) 크기의 경상감영공원에는 관찰사 집무실인 선화당(대구유형문화재 1호)과 숙소인 징청각(대구유형문화재 2호) 등이 있다.

이곳에서 10여 분 걸어가면 100년 전 대구를 만난다. 1919년 3월 계성학교 신명학교 성서학당 대구고보 학생들이 ‘대한독립’을 외쳤던 3·1만세운동길과 청라언덕이다.

‘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 청라언덕 위에 백합 필적에 나는 흰 나리 꽃 향내 맡으며 너를 위해 노래 노래 부른다…’. 이은상 작사, 박태준 작곡의 가곡 ‘동무생각’에 나오는 청라언덕은 중구 동산동 계명대 동산병원 안에 있다. 1922년에 발표된 이 노래의 가사는 계성학교를 다니던 박태준이 신명학교 여학생을 짝사랑했지만 고백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이은상이 만들었다.

‘동무생각’을 흥얼거리며 조금 걸어 나오면 서울과 평양에 이어 세 번째로 지은 고딕양식의 계산성당이 나온다. 김수환 추기경이 사제 서품을 받았고 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가 결혼식을 올린 바로 그 성당이다.

성당을 나와 5분 정도 걸으면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는 시로 유명한 이상화 시인의 고택이 나온다. 시인은 1939년부터 1943년 작고할 때 까지 이곳에 살았다. 옆에는 국채보상운동을 이끌었던 서상돈(1850∼1920)의 고택과 김원일의 소설 ‘마당 깊은 집’에 등장하는 2층 양옥인 정소아과 건물도 만난다.

고즈늑한 골목길을 나와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 도로를 건너면 대구의 활력이 넘치는 동성로가 기분을 들뜨게 만든다. 대구읍성의 동쪽 성곽이었지만 1907년 헐리고 도로가 되면서 현재 모습으로 바뀌었다. 동성로를 빠져나오면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이다. 일제강점기인 1907년 애국지사 서상돈, 김광제(1866∼1920) 등이 강제로 도입된 국채 1300만 원을 백성의 힘으로 갚아 자존심을 보여주자며 나선 국민운동을 기리는 곳이다. 공원 안에는 이 운동의 역사를 알 수 있는 국채보상운동기념관이 있다. 지난해 이 골목투어코스를 이용한 관광객은 5만여 명에 이른다. 이영숙 문화관광해설사(48·여)는 “골목투어를 한 관광객들은 대구에 이렇게 볼거리가 많으냐며 놀란다”며 “대구에는 근대 건축물이 많이 남아있는데다 걸어서 30분 안에 몰려 있기 때문에 걷는 맛이 아주 유쾌하다”고 말했다.

골목투어에 참가한 학생들이 가곡 ‘동무생각’에 나오는 청라언덕 옆 의료선교박물관을 둘러보며 대구 근대역사를 체험하고 있다(위). 경상감영공원 옆에서 경상도 관찰사가 달구벌을 순찰하는 모습을 재연하는 행사가 열리고 있다(하단 왼쪽). 소설 ‘마당깊은 집’의 배경인 대구 중구 골목길에서 열린 ‘마당깊은 집 마을축제’에 참가한 관광객들이 전통 뻥튀기 모습을 구경하고 있다.
골목투어에 참가한 학생들이 가곡 ‘동무생각’에 나오는 청라언덕 옆 의료선교박물관을 둘러보며 대구 근대역사를 체험하고 있다(위). 경상감영공원 옆에서 경상도 관찰사가 달구벌을 순찰하는 모습을 재연하는 행사가 열리고 있다(하단 왼쪽). 소설 ‘마당깊은 집’의 배경인 대구 중구 골목길에서 열린 ‘마당깊은 집 마을축제’에 참가한 관광객들이 전통 뻥튀기 모습을 구경하고 있다.
○ 포근한 대구의 자연

부산에 사는 조영훈 씨(45)는 최근 팔공산 갓바위를 처음 찾았다. 일 스트레스로 심신이 지쳐있던 그는 갓바위에서 위안을 얻고 돌아갔다. 조 씨는 “갓바위 석불이 남쪽을 향하고 있어서 그런지 느낌이 더 좋은 듯하다”며 “직접 올라 보니 듣던 것보다 훨씬 매력적”이라고 고 말했다.

대구 관광에서 놓칠 수 없는 것이 팔공산과 비슬산, 낙동강의 강정고령보이다.

팔공산(1192m)에는 정성껏 기도하면 한 가지 소원은 들어준다는 갓바위와 대한불교조계종 13대 종정 진제 스님이 조실로 있는 동화사가 있다. 고려 태조 왕건이 후백제 견훤과 ‘공산전투’를 벌인 곳으로도 유명하다. 왕건을 구하기 위해 왕의 옷을 입고 싸우다 목숨을 잃은 신숭겸 장군의 유적지도 있다.

달성 비슬산(1084m)은 참꽃 향기가 가득하다. 일연 스님(1206∼1289)이 오랫동안 머물며 ‘삼국유사’의 집필을 구상했던 사찰인 대견사가 있던 곳이다. 대견사는 신라 헌덕왕(810년) 때 창건됐지만 일본의 기운을 꺾는다는 이야기 때문에 일제가 1917년 허물었다. 지금은 신라 때 세운 탑 등 일부 등이 남아 있다. 불교계와 달성군은 내년까지 대견사를 복원할 계획이다. 드라마 ‘추노’의 촬영지였던 비슬산암괴류(천연기념물)는 그 독특한 풍경이 묘한 느낌을 준다. 부근에 있는 낙동강 보(洑)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강정고령보(보길이 935.5m)도 새로운 관광지로 발길이 이어진다.

○ 대구에 먹을 것이 없다고요. 천만에요

대구에는 먹을 만한 음식이 별로 없다고들 하지만 이도 편견이다. 대구시는 2006년 ‘대구 10미(味)’를 선정해 이 같은 선입견을 바꿔나가고 있다. 국과 밥을 따로 내놓은 따로국밥 △멸치로 육수를 낸 누른국수 △고춧가루와 마늘로 매운 맛을 강조한 동인동 찜갈비 △생고기를 뭉텅뭉텅 잘라서 내놓는 뭉티기(생고기) △아주 얇은 만두피와 부추와 양파를 넣은 양념장을 얹어 먹는 납작만두 △콩나물을 넣어 불고기처럼 만든 복어불고기 △잔치음식으로 출발해 항구도시까지 진출한 무침회 △논메기로 만든 매운탕 △막창구이 △야끼우동(해물볶음우동)이 그것이다. 지하철 중앙로역 근처의 ‘원조 국일따로국밥’은 65년, 중구 남산초교 맞은편 ‘미성당 납작만두’는 49년째 독특한 맛을 이어가고 있다.

미식가들은 최근 대구 10미를 한꺼번에 맛볼 수 있는 코스 메뉴 ‘대구 10미 정찬’을 개발했다. 대구미식가위원회 윤병대 사무국장은 “신선한 제철 식재료로 만든 대구의 한정식을 먹은 뒤 대구 10미를 한 가지씩 안주 삼아 술 한잔 즐기면 대구의 맛이 저절로 돋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노인호 기자 inho@donga.com  
▼ 홍호용 대구관광진흥회장 “중국관광객의 관심 확인해 상품으로 연결” ▼



“산을 보기 어려운 중국 상하이(上海)나 난징(南京) 등 화동지역 사람들은 팔공산의 단풍을 보고 감탄합니다.” 홍호용 대구관광진흥회장(64·사진)은 “중국 관광객이 원하는 것만 잘 찾아내도 대구를 찾는 중국 관광객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대구 달성군 가창면 ㈜스파밸리 회장인 홍 씨는 “중국 관광객들은 팔공산과 비슬산 등 대구의 자연이나 삼성그룹의 모태인 삼성상회 터에 큰 매력을 느낀다”며 “이처럼 중국인들이 무엇에 관심을 가지는지 확인해 관광 상품으로 연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 관광객의 생활습관 등 작은 부분까지 배려해 대구에 머무는 동안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홍 회장은 “중국인은 의자에 앉아 밥을 먹기 때문에 한정식을 좋아하면서도 지금처럼 앉아서 먹고 나면 힘들어한다”고 했다. 의자에 앉아서 한정식을 즐길 수 있는 식당을 늘려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대규모 중국관광객 유치와 함께 소수의 부자 관광객을 위해 고급한옥호텔 등 맞춤형 준비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홍 회장은 “대구를 찾는 관광객이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섬세하게 챙기고 기존의 관광자원에 시민들의 따뜻하고 친절한 마음이 합쳐지면 대구 관광의 경쟁력이 크게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90계단#경상감영공원#대구12경#의료선교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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