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375>彼有取爾也니 赤子匍匐將入井이 非赤子之罪也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28일 03시 00분


且天之生物也가 使之一本이어늘 而夷子는 二本故也로다

묵자의 무리인 夷之(이지)가 부모를 厚葬(후장)하고는 유학의 말을 인용해서 변론하자, 맹자는 이지가 사랑에 本末厚薄(본말후박)의 차이가 있음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彼有取爾也에서 彼는 이지가 인용한 ‘서경’ ‘康誥(강고)’편의 ‘古之人若保赤子(고지인약보적자)’ 구절을 가리킨다. 이 구절은 별도로 다른 의미를 취할 곳이 있어서 그렇게 말한 것이라는 뜻이다. ‘赤子∼罪也’는 맹자가 ‘古之人若保赤子’를 풀이한 말이다. 갓난아이가 엉금엉금 기어서 우물로 빠져 들어감은 갓난아이의 죄가 아니라 그 부모의 부주의 탓이라는 말이다. 다시 말해 무지한 백성에 대해서는 군주가 그들을 보호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의미를 함축한다. ‘天之生物也’ 운운은, 하늘이 품물을 낳는 경우 반드시 그 품물이 태어나는 근본은 하나이게 하였다는 말이다. ‘二本故也’는 그 근본을 둘로도 심지어 그 이상으로도 삼기 때문에 잘못이라는 뜻이다.

맹자에 따르면 사람이 자기 형의 아들과 이웃집의 아들을 사랑함은 본래 차등이 있을 수밖에 없다. 사람이 태어날 때는 반드시 부모에 근본을 두며 그 근본은 둘이 있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자연의 이치로, 마치 하늘이 그렇게 시킨 것과 같다. 이에 사람은 부모와 자식 사이의 사랑을 기반으로 그 사랑을 남에게 推及(추급)하게 되어 있다. 그러므로 사랑에는 本末厚薄의 차이가 있게 된다. 그런데 이지는 그 부모 보기를 길거리의 남을 보듯이 하고는 사랑을 베푸는 순서에서만 부모에게서부터 시작한다고 했으므로 논리상 모순이다.

‘사랑에는 차등이 없다’는 兼愛(겸애)의 설은 만민평등주의의 매력적인 이념이기는 하다. 하지만 인간이라면 누구나 부모를 통해 출생하고 부모의 사랑을 받으며 성장하기에 부모를 우선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는 생물학적 조건을 소홀히 여긴 면이 있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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