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뚝딱! 초간단 요리]스위스 요리 ‘뢰스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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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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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채 얇게 썬 뒤 소금 살짝 프라이팬에 1,2분 부치면 끝

어렸을 적 일요일 점심에 어머니께서 감자를 쪄주시면 즐겨 먹는 편은 아니었다. 약간 텁텁하면서 무미건조한 맛이었다. 무엇보다 달지 않았다. 달착지근한 고구마에 입맛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중고교 때 감자는 주요한 도시락 반찬이었다. 감자를 채 썰어 기름에 볶은 뒤 깨소금을 살짝 뿌린 감자볶음이나 깍두기처럼 썰어서 간장에 조린 감자조림 같은 게 떠오른다.

하지만 여전히 감자보다는 고구마에 마음이 끌렸던 기자에게 감자의 반격이 시작된 건 1990년대 초반 대학에 들어갔을 즈음이다. 1980년대 중반부터 서울을 중심으로 생겨난 패스트푸드 체인점들이 햄버거와 함께 내놓던 감자튀김이 선봉이었다. 이름하여 프렌치프라이. 감자를 길게 채 썰어 간을 맞춰 기름에 튀긴 간단한 요리였다. 토마토케첩에 찍어 먹는 프렌치프라이 맛은 오묘했다.

그전까지 종로3가나 을지로3가의 극장가 주변에서 영화를 기다리던 사람들이 주로 사먹은 것은 프렌치프라이의 고구마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 고구마튀김이었다. 종이봉지에 수북이 꽂혀 있는, 기다랗게 썰어 튀긴 고구마를 하나씩 뽑아 먹는 맛이 일품이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고구마튀김은 프렌치프라이에 역전을 당했고 지금은 그저 명맥만 유지할 뿐이다.

사설이 길었다. 집에서도 한번 ‘승자(勝者)’ 감자의 맛을 보도록 하자. 스위스 베른 지방 요리인 뢰스티(R¨osti)다. 우리 식으로 풀자면 감자채 부침이다. 솔직히 초간단 요리라고 부르기에 조금 주저하는 이유는 채썰기 때문이다. 칼로 감자채를 두께 2mm가 안 되게 썰기란 만만치 않다. 만약 집에 강판이 있다면 굳이 칼을 쓸 필요는 없겠다.

너무 크지 않은 감자 2개면 혼자 먹기 적당하다. 얇게 채를 썬 다음 엄지와 검지로 소금을 집어 두세 번 정도 위에 뿌리고 버무려준 다음 물기를 뺀다. 만약 칼로 썬 감자채의 굵기가 영 못미덥다면 전자레인지에 넣고 1분 30초 정도 돌려주면 거의 익듯이 숨이 죽는다. 기름을 두른 프라이팬에 올려놓고 부침개처럼 펼친 다음 한 면당 1∼2분 정도 구워주면 노릇노릇하게 익는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도움말·사진 제공=르크루제코리아 김진희 셰프  
#O2#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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