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당신들… 도대체 뭘 숨기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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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31일 03시 00분


◇신참자/히가시노 게이고 지음·김난주 옮김/440쪽·1만4800원·재인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참자’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과 답으로 완성된다. 탐문수사 속에서 나왔던 사소한 질문과 답들을 이어가다 보면 어느새 사건 해결의 열쇠를 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동아일보DB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참자’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과 답으로 완성된다. 탐문수사 속에서 나왔던 사소한 질문과 답들을 이어가다 보면 어느새 사건 해결의 열쇠를 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동아일보DB
일본을 대표하는 추리작가인 히가시노 게이고는 다작으로 널리 알려졌다. 거의 매년 책을 내놓는 이 작가의 책 중 대표작인 ‘용의자 X의 헌신’ ‘백야행’ ‘환야’ 등은 이미 추리소설 마니아들의 ‘고전’에 올라 있다. 하지만 가끔 기대에 한참 떨어지는 작품을 펴내 기복이 심하다는 평도 나온다.

이번에 번역 소개되는 ‘신참자’는 2009년 일본에서 출간돼 ‘2010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 ‘문예춘추 선정 미스터리 베스트 10’ 1위를 차지했다. 일본에서는 50만 부가 팔렸고, 일본 TBS TV의 드라마로 만들어져 21%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1985년 데뷔해 등단 30년을 앞둔 작가가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한 작품이다.

에도 시대 정취가 물씬 풍기는 도쿄 니혼바시의 닌교초 거리가 배경. 아파트에서 홀로 살아가던 40대 여성 미쓰이 미네코의 시체가 발견된다. 사건의 열쇠는 교살에 사용됐던 의문의 끈. 현장에는 남아있지 않다. 경찰은 사소한 단서라도 찾기 위해 닌교초 거리의 상인들을 상대로 탐문 수사에 들어간다.

닌교초 거리에 있는 건과자(센베이) 가게, 시계 수리점, 민속품 가게, 식당 등을 돌며 경찰이 탐문하는 과정을 세세히 전하며 사건을 한발 한발 전개한다. 한 가게나 인물을 중심으로 9개의 독립된 단편처럼 이어지던 이야기는 신기하게도 빈틈없는 퍼즐로 마지막에 완성된다. 사건과는 전혀 상관없을 것처럼 보이는 탐문 수사 속의 사소한 문답에서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내고, 이를 결정적 증거와 연결하는 작가의 치밀한 구성력에는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라고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작가는 출간 소감에서 “한 명을 그리려고 하면 곁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리지 않을 수 없었다. 마치 도미노가 쓰러지듯 차례로 드라마가 연결됐다. 마지막 도미노를 쓰러뜨렸을 때 성취감은 작가로서 처음 맛보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살인 사건 수사라는 큰 줄기 속에 휴먼 드라마들을 녹여낸 점도 특이하다. 작가는 각각의 단편들 속에서 완결된 이야기를 전하는데 그 주제는 한결같이 가족의 화해와 사랑이다. 이런 역할을 하는 것은 수더분하고 쾌활한 형사 ‘가가’다. 그는 탐문 수사를 하는 가운데 해당 가족들의 속마음을 알게 되고, 가족 간의 오해를 풀어주는 데 적극적으로 나선다. 가가 형사는 말한다. “형사는 수사만 하는 게 아닙니다. 사건으로 인해 마음에 상처 입은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 또한 피해자입니다. 그 피해자를 치유할 방법을 찾는 것도 형사의 역할입니다.”

작품을 읽다 보면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에서 사람들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괴짜 의사 ‘이라부’를 떠올리게 된다. 이 작품에서는 가가가 이라부 같은 역할을 한다. 완결성 높은 단편들을 통해 현대인의 다양한 아픔에 주목하고 이를 치유한다는 점에서 히가시노와 오쿠다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는 소설이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책의향기#문학예술#신참자#히가시노게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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