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홍윤 2단이 전보에서 백△로 물러선 데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참고 1도에 그 계산이 들어있다. 흑 1로 두는 것을 기다렸던 것. 이 경우 백 6, 8로 두어 패가 난다. 백의 선패라면 해볼 만하다.
그러나 나현 2단은 슬쩍 비켜섰다. 89로 백 2점을 잡는 것으로 만족한다. 자칫 우상귀 흑대마가 죽을 수 있는데도, 불만이 없다. 나현의 계산은 뭘까. 이 공방에서 먼저 우하귀 패를 이기면서 이득을 챙겼고 거기에다 상변 백 2점도 잡았기 때문에 우상귀를 흑 대마를 내준다 해도 선수를 잡아 중앙에 쐐기를 박으면 이길 수 있다고 보았다.
흑이 선선히 우상귀를 내줄 뜻을 비치자 최홍윤의 마음이 흔들린다. ‘우상귀만 잡아서는 진다’ ‘아니다, 이곳을 잡고 길게 보자’. 고민하던 최홍윤은 결국 90으로 흑진을 삭감하는 방법을 택했다. 쉬운 길이었다.
하지만 이 수는 패착이었다. 참고 2도 백 1로 둬 우상귀 흑 대마를 잡아놓고 기다려야 했다. 흑 2부터 8까지 흑이 조금 유리한 국면이지만, 아직 긴 바둑이다.
백이 우상귀에서 손을 빼자 흑은 91로 즉각 응징에 나선다. 이제는 수상전이다. 그러나 97까지 흑이 한 수 빠르다. 이것으로 승부도 끝났다. 허망한 종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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