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재현 기자의 망연자실]울긋불긋 화려하지만 싱겁고… 아기자기한 드라마 ‘감칠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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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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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캐치 미 이프 유 캔’ ★★★☆
뮤지컬 ‘모차르트 오페라 락’ ★★★★

‘캐치 미 이프 유 캔’의 한국어 공연. 볼거리를 강화했지만 원작이 지닌 타이밍의 예술을 제대로 살리려면 숙성 과정이 더 필요해 보인다. 엠뮤지컬 제공
‘캐치 미 이프 유 캔’의 한국어 공연. 볼거리를 강화했지만 원작이 지닌 타이밍의 예술을 제대로 살리려면 숙성 과정이 더 필요해 보인다. 엠뮤지컬 제공
지난주 개막한 이 두 뮤지컬은 각각 미국과 프랑스에서 화제를 불러 모은 최신작의 번역극이다. ‘캐치 미…’는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주연의 동명영화를 뮤지컬로 옮긴 작품. 2009년 초연됐고 2011년 토니상 4개 부문 후보에 올라 남우주연상(칼 해너티 형사 역의 노버트 레오 버츠)을 수상했다. ‘모차르트…’는 천재 작곡가 모차르트의 삶을 극화한 작품. 역시 2009년 초연돼 2010년 프랑스 대중음악상인 NRJ상에서 ‘올해의 프랑스어 노래상’과 ‘올해의 신인상’(살리에리 역의 플로랑 모스) 등 3개 부문을 수상했다.

대중적으로 익숙한 이야기를 세련되게 풀어내 호평을 끌어냈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타이틀 롤의 배우보다 그 상대역인 해너티 형사와 살리에리 역의 배우가 더 각광받은 점도 닮았다. 한국어 공연이 원작 그대로 국내 공연하는 레플리카 공연이 아니라 대본과 노래만 같고 무대와 안무, 의상에선 한국적 변형을 가미한 논레플리카 공연이란 점도 같다. 원작의 묘미를 어떻게 한국적으로 변용했는가에 초점을 맞춰 두 공연을 들여다봤다.

○ 더 화려해졌지만 엇박의 묘미 못 살려

원작은 기본적으로 재즈풍의 뮤지컬이다. 우선 노래부터 흥겨운 스윙재즈 선율에 팝을 가미한 퓨전 재즈나 컨템퍼러리 재즈의 맛이 느껴지는 세련된 음악이 돋보인다. ‘딕 트레이시’풍의 탐정만화 분위기를 한껏 패러디한 무대효과도 재지(jazzy)하다. 열일곱 살 가출소년인 프랭크가 산전수전 다 겪은 어른들을 농락하는 만화 같은 현실을 풀어낸 변칙전술이다.

문제는 이 재즈의 문법이 정박이 아니라 엇박에 기초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노래나 연기를 모두 비틀고 뒤틀어야 한다. 국내 뮤지컬 배우들은 지르고 쏟아 붓는 록풍의 정공법엔 강할지 몰라도 이런 재즈풍의 변칙엔 취약하다.

제작사인 엠뮤지컬이 자랑하는 스타군단도 예외가 아니다. 프랭크 역의 다섯 배우 중 가장 노련한 엄기준조차 노래와 연기에서 적절히 치고 빠지는 타이밍을 십분 살려내지 못했다. 해너티 형사 역의 이건명 역시 베테랑이지만 ‘귀여운 터프가이’를 연기한다는 게 명랑만화 캐릭터인 가제트 형사에 가깝게 그려졌다. 이런 부조화는 무대와 앙상블에서도 확인된다. 원작의 묘미를 극대화하기 위해 대형 무대세트에 울긋불긋한 조명과 화려한 영상효과를 한껏 살렸다. 하지만 무대가 너무 현란해 배우가 묻히는 역효과를 낳았다. 원래 8명인 ‘프랭크 걸’을 13명으로 늘렸지만 들쭉날쭉한 각선미로 그 효과가 반감됐다.

○ 볼거리 덜고 아기자기함으로 승부

원작의 화려함을 덜어내는 대신 아기자기한 무대연출로 승부를 걸어 드라마와 캐릭터를 더 잘 살려낸 뮤지컬 ‘모차르트 오페라 락’. TBC 대구방송 제공
원작의 화려함을 덜어내는 대신 아기자기한 무대연출로 승부를 걸어 드라마와 캐릭터를 더 잘 살려낸 뮤지컬 ‘모차르트 오페라 락’. TBC 대구방송 제공
지난해 국내에 3D 영화로 소개된 원작은 4500석 극장의 화려한 무대세트와 의상, 패션모델 뺨치게 늘씬한 앙상블의 춤으로 관객을 압도한다. 국내 공연에선 원작의 이런 볼거리를 대폭 줄인 대신 극의 아기자기함을 살려내는 데 주력했다.

무대와 의상의 기본 구상은 가져오되 화려함은 덜어내고 다양한 가림막을 활용한 깜짝 효과와 ‘선택과 집중’에 충실한 조명의 활용으로 무대 위 배우를 한껏 부각하는 전략을 취했다. 영상도 사실적 사진보다는 풍경화나 풍속화 또는 이를 왜곡한 영상을 활용해 세상 사람들에게 광대 취급을 받으며 모욕당하고 멸시받는 모차르트의 내면을 투영했다.

그 대신 드라마와 노래에 집중한 결과 원작보다 캐릭터가 더 잘 살아났다. 원작에선 반항아 모차르트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1막이 다소 지루한 반면 질투의 화신 살리에리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2막이 훨씬 드라마틱하다. 한국어 공연에선 귀여우면서 애처로운 모차르트(박한근)의 캐릭터가 부각되면서 ‘나쁜 남자’ 살리에리(강태을) 못지않은 매력을 뽐냈다.

모차르트의 죽음을 그린 마지막 장면에서도 원작의 와이어 액션보다 엘리베이터를 활용한 한국어 공연이 더 감동적이다. 친숙한 모차르트의 클래식 선율에 록발라드와 팝이 어우러진 음악도 관객 친화적이다. 고난도 춤사위를 소화하다가 종종 균형을 잃는 앙상블의 군무는 다소 불안하다.

:: i :: 캐치미 이프 유 캔 프랭크 역으로 박광현 김정훈 규현 키가, 해너티 형사 역으로 김법래 씨가 번갈아 출연한다. 왕용범 연출. 6월 10일까지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 6만∼13만 원. 02-764-7857∼9

:: i :: 모차르트 오페라 락 모차르트 역으로 김호영 고유진이, 살리에리 역으로 김준현이 번갈아 출연한다. 김재성 연출. 29일까지 경기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4만∼13만 원. 1577-8168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뮤지컬#캐치미이프유캔#모차르트오페라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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