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박정환-원성진-김지석, 中서 “멍군이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4일 03시 00분


■ 춘란배 16강 맞대결서 중국에 4 대 1로 압승

춘란배 16강전에서 대국을 먼저 마친 조치훈 9단(왼쪽)과 이세돌 9단이 함께 모니터를 지켜보며 진행 중인 바둑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춘란배 16강전에서 대국을 먼저 마친 조치훈 9단(왼쪽)과 이세돌 9단이 함께 모니터를 지켜보며 진행 중인 바둑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한국이 세계바둑대회에서 오랜만에 중국에 설욕했다.

지난달 30일 중국 장쑤(江蘇) 성 타이저우(泰州) 시에서 중국 주최로 열린 제9회 춘란배 16강전.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한국 바둑의 미래 박정환 9단(19)과 중국의 떠오르는 신예 미위팅 3단(16)의 대국. 불과 한 달 전 비씨카드배 64강전에서 미위팅에게 불의의 일격을 당한 박정환은 초반부터 신중했다. 초반 흑 대마를 잡으며 차지한 우세를 끝까지 지켜 승리했다. 한중전 맞대결 5국 가운데 첫 승전보였다.

이어 이세돌 9단(29)도 중국랭킹 13위 추쥔 9단(30)의 대마를 잡고 가볍게 승리했다. 역시 지난달 중국의 신예 당이페이(18)에게 당한 패배를 딛고 일어선 것.

원성진 9단(27)도 중국랭킹 15위 구링이 5단(21)에게 역전 불계승을 거뒀다. 원성진은 지난해 삼성화재배에서 구리 9단(29)을 누르고 우승한 이후 성적이 좋지 않았으나 이 대회 24강전에서 중국랭킹 1위 탄샤오 5단(19)을 꺾은 데 이어 이날 승리로 상승세다. 그러나 최철한 9단(27)은 중국의 조선족 기사 박문요 9단(24)에게 패했다.

요즘 성적이 좋은 김지석 8단(23)과 중국 최정상급 구리 9단의 대결도 빅카드. 가장 늦게까지 계속된 바둑에서 반집의 우위를 지킨 김 8단이 불계승을 거뒀다.

한중 맞대결에서 4-1, 값진 승리였다. 올해 한국은 LG배 및 단체전인 농심신라면배에서 우승컵을 내주고 1회 바이링배에서 참패, 그리고 비씨카드배 32강전에서 이세돌 이창호 등 정상급 기사들이 1승 10패의 치욕을 당했다. 열흘 전에도 한국은 단체전인 초상부동산배에서 종합전적 3승 7패로 패하면서 바둑팬 사이에서 한국 바둑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던 터였다.

이 대회에서 일본은 완패해 노쇠한 일본 바둑의 현주소를 재확인시켰다. 노장 조치훈 9단(56)이 33세 어린 천야오예 9단(23)과 마주했지만 패했다. 이에 앞서 1회전에서 요다 노리모토 9단(46)이 미위팅에게 졌다.

이제 8강전은 이세돌-박문요 박정환-천야오예 원성진-장웨이제 김지석-쿵제 간 한중전 4국 맞대결로 펼쳐진다. 전기 우승자인 이세돌과 박정환이 있지만 올해 LG배 우승자 장웨이제와 왕년의 강호 쿵제가 버티고 있어 우승 향배는 미지수다. 대국은 11월 예정.

한국이 연패의 수렁에서는 벗어났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게 바둑계 주변의 시각이다. 이세돌은 시나바둑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1990년 이후 세대는 박정환을 빼고는 별로 뛰어난 선수가 없다. 짧게는 5년, 길면 10년 후 중국 바둑이 한국을 앞설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기원도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우선 한국기원은 정상급 기사들의 공동연구와 영재 입단제 확대를 서두르고 있다. 양재호 한국기원 사무총장은 “현재 여자대표 코치인 조한승 9단이 남자 바둑 코치까지 맡도록 논의하고 있다”며 “14세 이하 영재 입단도 한 해 2명에서 4명으로 늘려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일각에서는 제한시간이 두세 시간인 세계대회에 맞춰 한국바둑리그 등에서 장고바둑을 늘려 프로기사들이 적응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주장도 계속 나오고 있다.

윤양섭 전문기자 lailai@donga.com
#바둑#춘란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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