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가 보수 정부, 진보 정부도 경험해 국민이 (그 정부들의) 장단점을 잘 알고 있다. 이제는 중도통합적인 세계관을 지닌 지도자가 많이 배출되기를 바란다. 정치도 정반합(正反合)의 논리로 합해져 발전해야 한다.”
5일 오후 전북 익산시 원불교 중앙총부에서 만난 경산 장응철 종법사(宗法師·72)는 이렇게 말했다. 원불교의 종법사는 조계종의 종정과 비슷하게 교단의 최고 어른이지만 행정 책임자인 교정원장 임명권 등 실권도 가진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인터뷰는 교조(敎祖)인 소태산 박중빈(少太山 朴重彬·1891∼1943)이 깨달음을 얻은 날을 경축하는 대각개교절(28일)을 맞아 진행됐다.
―2016년 100주년 사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교단이 호남 지방 위주여서 서울회관을 만들어 적극적 포교에 나선다. 익산과 영광군에 ‘국제마음훈련원’을 세워 원불교의 화합 정신과 종교 간 대화를 이끌 수 있도록 하겠다.”
―종교지도자로 최근 사회를 어떻게 보나.
“소태산께서 80년 전 금강산을 유람하면서 조선은 물고기가 용이 되는 어변성룡(魚變成龍)의 운을 지녀 세계를 이끄는 정신적 지도국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때를 위해 준비해야 한다.”
―어떻게 준비하고, 살아가야 하나.
“정신 차리고 살아야지.(웃음)”
―무슨 뜻인가.
“요즘 사람들의 모습은 닭이 모이를 쫓아가느라 정신이 빠져버린 격이다. 어디로 가든, 무엇을 하든 정신을 유지해야 한다.”
―선거를 앞두고 있는데 어떤 지도자가 필요한가.
“과거에는 영웅들이 사회를 지도했지만 지금부터는 진실, 정직, 실천적인 인물이 리더가 되어야 한다. 사람은 눈 코 귀 입 몸 의식의 여섯 ‘부하’가 있는데 이들에게 현혹되는 게 아니라, 잘 쓰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지도자는 민중이 무엇을 원하는지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그 뜻이 현실에서 맞지 않는다면 설득할 수 있는 지혜의 역량도 갖춰야 한다.”
꽃샘추위가 한풀 꺾인 익산 총부는 봄기운이 완연했다. 경산 종법사는 “K-pop과 한글도 뜨니, 토종 원불교도 세계화하도록 도와 달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위기의 본질은 무엇이라고 보나.
“사회 전체가 지나치게 물질적, 경제적인 관점으로 치닫고 있다. 경제는 지난해에도 나빴고, 올해와 내년에는 더 나빠질 가능성도 있다. 진짜 위기는 물질이 부족한 게 아니라 그런 사고방식이다.”
―어떻게 하면 마음의 평안을 얻을 수 있나.
“마음의 평안은 간단히 말해 알맞고 적당하게 사는 것이다. 그러려면 마음공부가 필요하다. 먼저 마음을 살피고(省心), 바르게 하고(正心), 비우고(空心), 명상과 호흡 등을 통해 다른 마음으로 바꿔야 자유로워진다. 부처는 ‘마음이 자유로운 이’다.”
―평소 어떤 화두를 갖고 있나.
“원불교에서는 ‘의두(疑頭)’라고 한다. 일상 혹은 수행 속에서 가장 시급하게 해야 할 문제나 고민을 의미한다. (조계종과 다르게) 계속 화두를 드는 것은 비효율적이라고 여긴다.”
―최근 핵과 관련한 논란이 있다.
“원불교는 국책 사업은 지원해야 한다고 보지만 동일본 대지진의 일본 원전 사고는 걱정스럽다. 원불교 전체가 아니라 한 시민의 입장에서 핵의 안정성 문제를 단지 코스트(비용) 문제로만 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중국의 탈북자 북송이 큰 우려를 낳고 있다.
“인간을 위해 사회가 있고 국가가 있다. 정치, 종교, 국가 등 어떤 단위든 모두 인간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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