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설공주 난쟁이들의 코는 아름다운가… 국제갤러리 ‘폴 매카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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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10일 03시 00분


디즈니만화 ‘백설공주’의 난쟁이 캐릭터를 교묘하게 비튼 조각을 선보인 미국 작가 폴 매카시.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디즈니만화 ‘백설공주’의 난쟁이 캐릭터를 교묘하게 비튼 조각을 선보인 미국 작가 폴 매카시.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전시실에 들어서면 9개의 알록달록한 조각상이 서있다. 분명 디즈니 애니메이션 ‘백설공주’의 난쟁이 캐릭터와 닮았는데 기괴하고 도발적이다. 화려한 색채의 실리콘 조각의 형태는 조금씩 일그러지고 뭉개져 있으며 코도 남근 형태로 표현돼 있다.

40여 년간 회화 조각 퍼포먼스 비디오 등 폭넓은 영역의 소재와 매체를 오가며 작업해온 미국의 멀티미디어 작가 폴 매카시(67)의 ‘아홉 난쟁이들’이란 작품이다. 디즈니 캐릭터를 차용하고 야릇하게 변형한 이 작품은 남성 중심의 가부장제, 지배적 권력에 대한 풍자를 담아낸 것으로 해외 전시와 아트페어에 소개될 때마다 주목의 대상이 됐다.

서울 종로구 소격동 국제갤러리는 개관 30주년을 맞아 새로 건립한 3관(K3)의 첫 전시로 문제적 작가로 꼽히는 폴 매카시 개인전을 마련했다. 전시에 맞춰 내한한 그는 “우리가 당면한 가장 큰 이슈는 평등이다. 이는 결국 누가 권력을 쥐고 있는가의 문제인데 그 답을 구할 때 남성과 남근, 남성적인 것을 상징하는 무기 등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그가 어려서부터 익숙하게 접했던 동화나 대중문화의 아이콘을 전복하는 것도 우리의 존재를 형성하는 것을 뒤집고 여과해보자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나는 내 작품에서 아름다움을 본다. 아름다움은 여러 측면에서 볼 수 있으며 어떤 것에 대해 용기 있게 얘기하는 것, 진실을 일깨우는 것도 아름다움이다. 나는 통상적으로 말하는 아름다운 것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이상화된 동화나 대중문화의 아이콘을 비트는 작업과 함께 그는 오늘날의 사회 정치적 이슈에 대해 도전적인 퍼포먼스로 발언해 왔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으로 분한 작가가 엘리자베스 여왕, 빈 라덴으로 분장한 배우들과 원초적 행위에 몰두하는 비디오 퍼포먼스 ‘지하벙커’(2003년) 등이 그런 작업이다. 그는 “작가는 일종의 광대라고 생각한다”며 “광대에게 성소란 없다. 부시 역시 성소가 아니다. 내 작업에서 부시는 실제 사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대표하는 정치적 표상일 뿐”이라고 밝혔다. 야외 정원에는 그의 대형 야외조각 설치작품 ‘사과나무 소년 사과나무 소녀’도 선보였다.

전시와 함께, 외관을 금속의 작은 그물망으로 감싼 듯한 신축 건물의 전시공간도 볼거리다. 젊은 건축가 플로리안 아이덴버그가 주축이 된 건축설계사무소 ‘SO-IL’에서 설계를 맡았고, 이 건물 디자인으로 지난해 5월 미국의 건축상 AIA 뉴욕 디자인상을 받았다. 02-735-8449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미술#전시#폴매카시#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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