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부터 이달 8일까지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에서 열린 제13회 이베로 아메리카노 공연 축제는 축제 규모, 극장 인프라, 관객 참여도, 콜롬비아 극단의 공연 수준 등 어느 하나 나무랄 데가 없었다.
연희단거리패를 이끌고 ‘햄릿’을 공연한 연출가 이윤택 씨에게도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해외 33개국 65개 팀, 콜롬비아 180개 팀이 참가한 데다 해외 팀은 공연 횟수가 2∼14회였으니 3주 동안 보고타 전역에서 공연이 쉼 없이 돌아갔다는 얘기다. 이 씨는 “한국의 모든 공연 축제를 다 합친 것보다 규모가 더 크다”고 말했다.
규모만 큰 게 아니었다. 연희단거리패의 햄릿은 구시가지 근처 1000석 규모인 콜수브시디오 극장에서 5회 공연이 잡혔는데 객석을 얼마나 채울 수 있을까 하는 애초의 걱정은 기우였다. 첫 공연에 600석이 넘게 찼고 마지막 공연은 빈자리를 찾기 어려웠다.
이 씨가 “이렇게 적극적인 관객을 본 적이 없다”고 할 만큼 관객은 공연 중 자주 폭소를 터뜨렸고 무섭게 집중했으며 커튼콜 때는 손이 부서져라 박수를 쳐댔다. 햄릿 공연만 그런 게 아니었다. 공연장마다 관객으로 북적였다. 원로급 가수들이 축하 공연을 펼친 폐막식 행사에는 수만 명이 행사장을 가득 메웠는데 분위기가 아이돌 가수의 공연 못지않게 뜨거웠다.
커피의 나라, 마약과 아편의 나라, 마피아의 나라라는 이미지와 달리 콜롬비아 국민의 문화수준은 높았다. 우리는 어떤가. 연극의 메카라는 대학로가 상업화 추세에 밀려 위기를 맞고 있다는 말이 나온 지도 오래다. 개그쇼나 코미디, 로맨틱 코미디가 아니면 관객이 드물고 유명 배우를 앞세운 고가의 대형 뮤지컬이라고 하면 작품성과 상관없이 ‘조공 관람’을 하려는 관객으로 넘쳐난다.
요즘 한국 공연예술의 해외 교류가 점점 활발해지고 있다. 어떤 식으로든 한국 공연 관계자들이 외국으로 많이 나갔으면 한다. 그래야 ‘우물 안 개구리’ 처지를 탈피할 수 있다. 한국 공연예술의 수준이 어디쯤 있는지에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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