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길면서도 가장 짧은 것, 가장 빠르면서도 가장 느린 것, 가장 하찮은 것 같으면서도 가장 회한을 많이 남기는 것.’(19세기 영국의 물리학자 마이클 패러데이). 바로 시간이다. 즐거운 시간도, 힘들고 어려운 시간도 결국은 지나간다. 시간이 지나갔다 해도 끝은 아니다. 흔적이 남는다. 이 장편소설은 제1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주인공인 여고생 온조를 둘러싼 사건들을 통해 시간의 의미를 되짚어본다.
온조는 인터넷 카페에 ‘크로노스’라는 닉네임으로 ‘시간을 파는 상점’을 연다. 그는 시간이 돈이 된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의뢰인에게 조금의 위로라도 줄 수 있는 일을 하기로 마음먹는다. 첫 번째 의뢰인 ‘네곁에’는 그와 같은 학교의 학생. 그의 부탁은 훔친 물건을 제자리에 놓아 달라는 것이었다. 두 번째 의뢰인은 자신의 할아버지와 맛있게 식사를 해 달라고 요청해왔다.
사고로 남편을 잃은 온조 엄마는 ‘환경을 사랑하는 교사 모임’에서 새로운 동반자를 만난다. 혼란스럽기만 한 온조에게 엄마는 말한다. 마음만 먹으면 늘 시간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시간이 예고도 없이 사라졌다고, 소중한 사람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하는 게 결국 행복하게 해 줄 거라고…. 그렇게 온조는 새로운 시간과 마주한다.
온조를 중심으로 교내 자살사건,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 설정, 유산 정리를 한 뒤 불거진 갈등, 할머니의 외로운 죽음 등 뻔할 것 같지만 뻔하지 않게 설정한 에피소드와 촘촘히 얽힌다. 추리 기법을 빌려 이야기의 끝에 다다르기까지 독자를 팽팽히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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