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신성일, 외도 고백한 진짜 이유는…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20일 03시 00분


25일 시네마 토크 콘서트 여는 배우 신성일

충무로에서 만난 신성일은 “영화사가 인근에 있었다”며 “1960년대 동대문 건달부터 예술인까지 자유롭게 활동하고 취업할 수 있던 곳이 바로 충무로”라고 말했다. 국경원 동아닷컴 기자 onecut@donga.com
충무로에서 만난 신성일은 “영화사가 인근에 있었다”며 “1960년대 동대문 건달부터 예술인까지 자유롭게 활동하고 취업할 수 있던 곳이 바로 충무로”라고 말했다. 국경원 동아닷컴 기자 onecut@donga.com
‘베토벤’처럼 파마한 백발, 환한 미소가 반긴다.

‘전설의 은막스타’ 신성일(75)이다.

그는 1960, 70년대 한국영화의 전성기 자신의 주옥같은 대표작 등을 소개하는 시네마 토크 콘서트 ‘신성일의 프러포즈’를 25일 오후 4시와 8시 서울 중구 흥인동 충무아트홀에서 연다.

“공연 이름이 프러포즈예요. 설죠. 춤을 추면서 기뻐하지는 못했지만, 마음속으로 얼마나 행복했는지 몰라요.”

비록 최근 출간한 책 ‘청춘은 맨발이다’에서 옛 애인이 자신의 아이를 낙태했고, 지금도 애인이 있다고 고백하는 바람에 ‘나쁜 남자’의 대명사가 됐지만, 40∼50년 전만 해도 그는 부정할 수 없는 그 시절 ‘문화 아이콘’이었다.

1960년 혜성처럼 등장해 영화 541편 출연에 506편 주연이라는 기록을 남겼고 잘생긴 외모로 ‘한국의 알랭 들롱’으로 불렸다.

1964년 11월 서울 워커힐에서 열린 신성일 엄앵란 커플의 결혼식은 초청장이 암거래되고 4000여 명의 하객이 몰려들었다. 영화계의 산증인인 셈.

“지금 영화 하는 사람들에게 자극을 주고 싶어요. 요즘 영화를 보면, 해부하듯 참혹하게 사람을 죽이고, 욕지거리가 난무해요. 그런 걸 보러 영화관에 가는 게 아니거든. 예술의 근본은 아름다움이고, 사랑이에요.”

이번 공연에선 ‘별들의 고향’의 이장호 감독이 특별 게스트로 출연해 영화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재즈 보컬 말로와 인기 가수 알리, 뮤지컬 배우 정상훈과 박은미가 영화주제곡을 편곡해 들려준다.

“배우가 노래를 잘 부르면 유흥업소 무대에 서야 했기 때문에 일부러 노래를 안 배웠다”던 신성일도 자신의 영화 ‘맨발의 청춘’, ‘이별’의 주제가를 부른다고 한다.

“공연을 잘 다듬어서 미국에 진출하고 싶어요. 미국 로스앤젤레스, 뉴욕에 우리 교포들이 많이 살아요. 그중에 괜찮게 살고 살날이 얼마 안 남은 사람들이 내 또래야. 그들의 향수를 달래줄 겁니다.”

그는 현재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 이사장을 하고 있어서 대구에 머물 때가 잦다. 경북 영천에 한옥을 짓고 성일가(星一家)라고 이름을 붙였다. 지금도 9시에 자고 오전 4시에 깨는 규칙적인 생활을 한다. 짬짬이 아령을 드는 등 운동도 거르지 않는다.

전성기 본인과 미남 스타 장동건 중에 누가 더 잘생겼냐고 묻자, 그는 “장동건 팔뚝이 나보다 가늘던데”라며 자신감을 표했다.

대화 도중 그의 단골 식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충무로 일대를 주름 잡던 스타의 단골집은 양념 게장, 어복쟁반이 유명한 한식당이었다. 식당 아주머니들이 소녀처럼 그를 반겼다. 더 젊어졌다는 덕담에 그는 “애인 한 명 사귀어봐”라고 말했다.

[채널A 영상] 영화감독 이장호 “신성일같은 인생 산 배우, 많지 않을 것”

그는 조강지처가 있는데 왜 굳이 외도를 고백해 파문을 일으켰을까.

“신성일이 애인 없다고 하면 믿을 사람 있어요? 얼마나 위선이야. 난 거짓말 못해요. 그렇다고 이혼해야 하나. 클린턴 부부는 왜 그냥 사나? 우리 부부 이혼 안 해도 각각 다른 집에서 편하게 사는데, 남의 이목 때문에 이혼해야겠어요? 이제는 친구들도 날 부러워해. 마누라 보기 싫어도 어디 나가 있을 곳이 없대요.”

그래도 충무아트홀 관계자는 엄앵란이 공연장을 찾길 기대하는 눈치였다. 공연 도중 부인에게 꽃다발을 안겨주면 비난 여론이 잠잠해질 거라고 은근슬쩍 떠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나하고 안 맞아”다. ‘엄 여사가 여전히 화나 있느냐’고 물었더니 “자기가 엄앵란과 안 살아 봤잖아”라고 한다. 엄앵란은 한 인터뷰에서 “죽을 때까지 이혼 안 한다”라고 했다.

그에게 애인과 아내는 어떤 존재일까. “애인은 언제든지 헤어질 수 있지만, 아내는 헤어지기 어렵지.” 우문현답이었다.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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