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경영]혁명가? 쿠바 경제 살린 체 게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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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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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 게바라, 혁명의 경제학/헬렌 야페 지음·류현 옮김
615쪽·2만3000원·실천문학사

너무 잘생겼기 때문일까. 검은 베레모에 쿠바산 시가 몬테크리스토를 물고 있는 그를 우리는 티셔츠, 열쇠고리, 심지어는 여자 속옷을 통해 질리지도 않고 소비한다. 그에 관한 책들도 아르헨티나의 의사로 안락한 삶을 버리고 남미 여기저기서 게릴라 투쟁을 벌인 무장 혁명가의 드라마틱한 인생에만 주목하기 일쑤다. 그러나 영국 런던정경대 경제사학과 박사인 저자는 체 게바라에게서 ‘스타일’을 벗겨낸 뒤 중남미 최초의 사회주의 혁명 이후 쿠바 경제의 밑그림을 그린 경제 관료로서 게바라의 면모를 조명했다. 게바라는 피델 카스트로 혁명 정부의 2인자로서 자본주의 쿠바를 사회주의 체제로 바꿔놓는 중심 역할을 담당했다. 산업부흥부장으로 토지개혁과 산업 국유화를, 국립은행 총재로 화폐개혁을, 산업부 장관으로 예산재정 시스템을 도입했다.

저자가 게바라 혁명 경제학의 핵심으로 소개하는 것이 소비에트 모델과 시장 사회주의 모델의 대안으로 제시한 예산재정 시스템이다. 소비에트 모델의 집중화와 관료주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앙집중적 요소를 줄이고 노동자들의 자율을 보장하는 계획관리 체제다. 그는 자본주의를 배척하면서도 선진 자본주의의 기술을 도입하는 유연함을 보였고, 전자공학과 자동화가 생산력 발전에 기여할 것을 내다볼 줄도 알았다.

쿠바 경제사에서 게바라의 기여도를 재평가하는 작업은 쿠바 혁명을 실패로 규정하는 ‘쿠바학 연구자(Cubanologist)’들의 결론을 반박하는 것이 된다. “게바라의 지도 아래 쿠바 경제는 안정을 되찾고 산업을 다각화했으며 성장을 달성했다”고 평가한 저자는 쿠바 혁명의 성과를 긍정하는 ‘쿠바주의자(Cubanist)’의 전형이다. 쿠바 정부의 문헌과 게바라의 혁명 동지 60명에 대한 심층 인터뷰를 토대로 내놓은 이 책은 쿠바 경제사를 내재적으로 접근한 한계를 드러내지만 쿠바주의자들의 논리를 들여다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를 제공한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책의 향기#경제경영#체 게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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