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4월 영국에서 열리는 런던 도서전은 출판계의 미래를 미리 점쳐볼 수 있다는 점에서 전 세계 출판인들의 관심을 모으는 행사다. 올해 41회를 맞이한 런던 도서전의 화두는 ‘디지털 출판(Digital publishing)’이었다.
지난 몇 년간 각종 도서전을 장식한 ‘디지털’이라는 단어는 이제 출판계에 친근한 용어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올해의 런던 도서전은 출판사들이 ‘디지털 출판이 앞으로 출판계를 이끌어갈 주축이 될 것’이라고 확언했다는 점에서 이전과 큰 차이를 보였다. 인터넷 서점 아마존의 전자책 단말기 ‘킨들’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으며, 대형 오프라인 서점인 반스앤드노블도 전자책 단말기 ‘누크’를 발표했다. 전자책 시장은 아직까지 출판사 전체 수익의 10% 정도만을 차지한다. 하지만 이번 도서전을 기점으로 세계 각국의 대형 출판사들은 전자책이 향후 10년을 책임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글로벌 출판사인 랜덤하우스의 이언 허드슨 부사장은 랜덤하우스그룹이 영국 내에서만 약 1만 종, 세계적으로는 약 4만 종의 전자책을 판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올해 전자책 판매 수익이 랜덤하우스그룹 전체 수익의 20%를 차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거대 출판사들뿐이 아니다. 중소 출판사들 또한 앞다퉈 전자책과 애플리케이션을 이미 판매하고 있거나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디지털 출판이 발전함에 따라 저자가 스스로 책을 출간해 판매하는 ‘자가 출판(self-publishing)’도 활성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도서전을 방문한 24세의 작가 벤 갤리는 가디언지와의 인터뷰에서 에이전트와 편집자를 통해 책을 출간하는 전통적 출판 방식에서 벗어나 전자책 버전으로 직접 아마존에서 책을 판매했다고 소개했다. 그가 들인 비용은 약 50만 원. 그는 아마존을 통해 한 권에 99펜스(약 900원)인 그의 전자책을 5만 권 팔았다. 이 중 35%를 인세로 받는다. 수차례 출판사로부터 원고를 거절당한 스릴러 작가 레이철 애벗도 자신의 첫 작품을 아마존에 1.99파운드(약 3600원)에 내놓았고, 블로거들을 중심으로 마케팅 활동을 펼쳐 10만 부를 판매했다.
다양한 전자책 수익 모델은 몇 년째 부진의 늪에서 허우적대는 한국 출판계에도 한 가닥 동아줄을 드리워주는 희망이 아닐까. 특히 영미권의 출판사들은 아시아, 그중에서도 한국을 주목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빠른 속도를 자랑하는 초고속 인터넷 망을 갖춘 한국에서 과연 전자책과 애플리케이션이 어떤 활약을 할 것인가. 이에 대한 해답이 한국 출판계의 향후 10년을 책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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