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탱고… 두 개의 심장, 세 개의 다리로 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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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28일 03시 00분


◇탱고 인 부에노스아이레스/박종호 지음/436쪽·1만6000원·시공사

이 남자, 부럽다. 정신과 의사면서 오페라 평론가, 문화 예술 공간 ‘풍월당’ 대표로 활동하는 저자는 탱고에 매혹된 뒤 그 실체에 부딪쳐보기 위해 부에노스아이레스로 떠났다.

아르헨티나 사람들의 삶이 반영된 탱고, 그 흔적을 찾아간 2주간의 여정이 책에 담겼다. 고향을 떠난 유럽 출신의 부두 이민자들이 외로움을 달래고자 서로 부둥켜안고 추던 탱고가 문학이나 음악과 더불어 어떻게 발전했는지, 나아가 탱고가 아르헨티나 고유의 역사와 문화에 어떤 영향을 미쳐왔는지가 아름다운 사진과 함께 펼쳐진다.

클래식 전문가인 만큼 저자는 특히 음악으로서의 탱고에 집중한다. 멜로디와 리듬, 악기 구성, 노랫말의 변천사를 풀어놓는다. 남미가 낳은 위대한 문학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1899∼1986)가 이 도시를 대표하는 카페 토르토니에 앉아 탱고를 들으며 탱고의 노랫말을 짓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하지만 아쉬움이 든다. 탱고를 알기 위해 지구 반대편까지 날아간 그 열정으로 탱고라는 ‘춤’을 제대로 배워봤으면 어땠을까.

저자는 “굳이 춤이 없더라도 탱고는 그 자체로 훌륭한 음악 장르이며 문학을 가장 잘 표현한 노래”라고 했다. 하지만 음악이 없는 탱고와 마찬가지로 춤이 없는 탱고도 상상하기 힘들다.

탱고는 두 개의 심장과 세 개의 다리로 추는 춤이라고 한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탱고 추는 남녀를 보면 어느 순간에나 여자는 거의 한 발이며 그녀의 몸은 내내 남자에게 기대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사람이 누군가를 만나 인생의 탱고를 춘다면,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다리 하나를 들 수 있을 것이다. 탱고는 소통의 인생이다.”

그래도 직접 췄다면 탱고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을 것이다. 탱고는 언뜻 보면 남녀가 알파벳 A처럼 서로 기대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그 모습이 아름다우려면 남녀 모두 자신의 중심을 꽉 잡고 있어야 한다. 여성이 남성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면 모양새가 무너진다. 기대되 기대지 않는 것. 그렇기에 탱고와 우리네 인생이 서로 비슷한 게 아닐까.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책의 향기#문헉예술#탱고 인 부에노스아이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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