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베트남, 인도, 중국, 케냐 등 여러 나라에서 수십∼수백 명이 사망하는 대형 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원인은 모두 메탄올로 만든 밀주 때문이었다.
국내에서는 어떨까. 필자가 기억하는 메탄올에 의한 국내 사망 사고는 3건이다.
첫 번째는 1990년 4월 구소련 민간항공사로서는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취항했던 아에로플로트의 항공기가 김포에 머무를 때 일어난 사고다. 서울 시내 호텔에 투숙하던 승무원들이 이태원 구경 길에 약국에 들러 소독용 에탄올을 달라고 했다. 알코올 함량이 낮은 술에 섞어 독주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이들은 의사소통이 잘 안돼 에탄올 대신 메탄올을 구입하게 됐다. 결국 숙소에서 술을 마신 4명 가운데 1명이 사망하고 3명은 심각한 시각장애를 일으켰다.
두 번째는 1991년 2월 충북 충주에서 일어난 사고. 의무병으로 군복무를 마치고 갓 제대한 청년이 시내에서 소독용 에탄올을 구입했다. 부친 회갑연에서 손님들에게 접대할 술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시장에서 색소, 감미료, 향료 등을 함께 구입해 집에서 소주를 만들었다. 그런데 잔칫날 이 술을 마신 마을사람들과 친지들이 쓰러졌다. 3명이 사망하고 여러 명이 장기에 큰 손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남은 술을 조사했더니 화공약품 상점에서 사온 에탄올이 실은 99% 이상 순도의 메탄올이었단 사실이 드러났다. 유통경로를 추적한 결과 서울의 에탄올 도매상이 폭리를 취하기 위해 메탄올을 에탄올로 표시해 판매한 것이었다.
세 번째는 2009년 2월 경기 이천에서 할머니들이 보일러용 메탄올을 술로 오인해 마시고 한 명이 사망하고 여러 명이 병원치료를 받은 사건이다.
메탄올은 유기용매(유기물질로 이루어진 다른 물질을 녹이는 물질)로 널리 쓰인다. 페인트, 광택제, 부동액에 사용되며 석유를 대체하는 에너지원으로 쓰이기도 한다. 산업 현장에서 메탄올 노출 제한점은 200ppm.
메탄올은 15mL 이상 섭취하면 시력을 잃을 만큼 위험하다. 또 30mL 이상 섭취하면 사망에 이를 만큼 치명적이다. 메탄올을 마시면 간에서의 해독 작용으로 원래보다 6배 강한 독성을 지닌 포름산으로 산화된다.
그렇다면 곁에 있는 사람이 사고로 메탄올을 섭취했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응급조치로 맥주와 같은 에탄올 함량이 낮은 주류를 섭취하게 하는 게 좋다. 그렇게 하면 소변으로 메탄올과 에탄올이 섞여 빠져나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병원에서는 엽산 복용, 혈액 투석 등으로 포름산과 메탄올을 제거한다. 혈액 투석은 혈중 메탄올 농도가 L당 500∼1000mg 이상일 때 특히 중요하다. 최근엔 메탄올 해독제로 포메피졸이란 물질이 각광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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