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일하는 꿀벌들, 자연이 가르쳐준 법칙에 따르는 피조물이 인간 왕국에 질서라는 법을 가르쳐주노라.”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희곡 ‘헨리 5세’(1599년)에 썼던 이 말은 20세기 중반 꿀벌에 푹 빠진 생물학자들이 과학적으로 입증했다. 이 미물이 집단지능의 본보기이자 민주주의의 지침서라는 사실도 알려졌다.
미국 생물학자인 저자는 꿀벌 연구자들의 선행 연구 성과에 자신의 연구를 보태 꿀벌이 새 보금자리를 정하는 분봉(分蜂) 과정에서 어떻게 민주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지 분석했다. 완전히 새로운 내용은 아니지만 책을 통해 저자가 가설을 세우고 실험하는 과정을 따라가는 것은 흥미롭다. 실험 내용을 기록한 도표와 사진 등이 풍부하게 실려 꿀벌 연구자의 실험노트를 훔쳐보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
늦봄과 초여름은 꿀벌들의 이사철이다. 구성원이 늘어나 벌집이 비좁아지면 일벌의 3분의 2에 이르는 수만 마리가 옛 여왕벌과 함께 떨어져나가 새 보금자리를 꾸린다. 꿀벌 집단의 생존이 걸린 이 프로젝트는 철저히 직접민주주의 방식으로 이뤄진다. 흔히 꿀벌 집단은 여왕벌이 독재한다고 잘못 알려져 있지만 여왕벌은 결정권을 행사하지 않고 알을 낳는 임무를 맡을 뿐이다. 꿀벌 집단에는 수많은 꿀벌들을 감독하는 지도자가 없다. 일벌들은 스스로 해야 할 일을 하고 다양한 신호를 통해 의사소통한다.
새로 이사 갈 집터를 찾을 때는 일벌 수백 마리가 정찰대가 되어 기존 벌집 주변의 70km² 이내를 샅샅이 뒤진다. 이렇게 집터 후보지를 10여 개 찾아낸 뒤 정보를 교환한다. 이때 엉덩이춤과 반원 돌기가 결합된 꿀벌 특유의 ‘8자 춤’을 열렬히 춤으로써 자신이 발견한 집터의 방향과 거리, 그리고 우수성을 알린다. 집터가 좋을수록 춤의 순환횟수는 늘어난다. 지지를 호소하는 일종의 ‘유세’다. 지지자들은 집터 후보지를 평가한 뒤 더 많은 지지자들을 끌어온다. 이런 식으로 열띤 토론이 이뤄지고, 훌륭한 집터 후보지에 대한 지지자는 꾸준히 늘어나는 반면 열등한 장소에 대한 지지자는 결국 사라진다.
저자는 “비록 벌 한 마리는 한정된 정보와 제한적 지능을 보유하고 있지만, 그들이 모여 이룬 집단은 최고의 의사결정을 내린다”며 꿀벌의 ‘집단지능’을 높이 평가한다. 특히 지도자 없이 이 모든 일을 해낸다는 게 놀랍다. 이를 토대로 저자는 “인간 집단에서 지도자의 군림은 집단적 힘을 약화시킬 뿐”이라고 말한다. 지도자는 토론 과정을 이끄는 데 주력하되 자신이 원하는 해결책을 옹호하지 말고 구성원들의 새로운 생각에 열린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것. 이것이 창의적인 브레인스토밍으로 이어진다.
개미 연구의 권위자인 미국의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이 쓴 서평이 이 책의 핵심을 요약한다. “꿀벌이나 인간이나 집단이 가장 똑똑한 개인보다 더 똑똑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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