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연명의 풍류와 이태백의 여흥/꽃 앞에서 손잡고 달 아래서 술을 나누네/신풍(新豊)의 아름다운 술 운안(雲安)의 맛난 술’
18세기 조선에서 만들어진 ‘백자청화국화시문사각병’에는 꽃 그림과 함께 이런 내용의 한시가 쓰여 있다. 이 병에 술을 담아 마시며
시를 읊고 즐겼던 조상들의 모습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술병의 아름다움도 술맛을 돋웠을 것이다.》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만들어진 술병을 모아놓은 전시회가 열렸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호텔프리마 내 ‘호텔프리마 뮤지엄’에서 8월 31일까지 열리는 ‘여흥(餘興)과 유풍(遺風)-작은 주병(酒甁)전’. 토기, 청자, 분청사기, 백자 등 120여 점을 모았다.
전시품의 대부분은 미술 애호가이자 컬렉터인 이상준 호텔프리마 대표(55)가 20년 넘게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모은 것들이다. 일본인들은 한국 도자기의 멋에 반해 1930∼70년대에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던 기름병, 간장병 등을 가져가 술병으로 썼다. 이 때문에 이번 전시에는 유독 앙증맞은 술병이 많다. 눈에 띄는 전시품은 16세기에 제작된 ‘분청사기덤벙편병’. 도자기를 백토(白土) 물에 ‘덤벙’ 담갔다 꺼내는 방식으로 분장하는 일명 덤벙 기법을 쓴 것. 질박한 개성미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1999년 취임한 이 대표는 2000여 점의 소장품을 보유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2007년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127만 달러에 낙찰받은 18세기 조선 백자대호, 일명 ‘달항아리’다.
이 대표는 2007년 호텔 내에 박물관을 만들고 로비와 식당 곳곳에 동서양과 근현대를 아우르는 800여 점의 예술품과 문화재를 전시했다. ‘해외 환수문화재 특별전’ ‘조선분청사기전’ ‘조선백자철화전’ 등 특별전도 열었다. 이 호텔에 들어서면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온 듯한 착각이 든다. 앤디 워홀의 실크스크린 작품 ‘자화상’, 일본 고서적상에서 구입한 18세기 한반도 지도도 걸려 있다. 일본인이 그린 이 지도에는 독도가 조선 땅으로 표시돼 있다. 이 호텔의 주요 고객은 일본인들이다.
호텔에 예술을 접목하자 안목 있는 여성 고객이 늘어 이 대표 취임 당시 연 60억 원이던 매출이 현재 연 300억 원 수준으로 뛰었다고 호텔 측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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