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고급 레스토랑을 중심으로 최근 ‘로컬 푸드’가 인기입니다. 자체 텃밭을 가꾸고 거기서 난 채소를 사용하는 레스토랑이 늘어나고 있죠.”
1883년 시작해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와이너리인 ‘웬티 빈야드’에서 캘리포니아 레스토랑 ‘더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는 매트 그레코 셰프는 7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리츠칼튼서울에서 기자와 만나 “맥도널드와 냉동식품에 익숙해 있던 미국인들이 비만과 성인병이 사회적인 문제로 떠오르자 내가 먹는 농산물이 어디서 어떻게 자랐는지 따지기 시작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채소와 육류를 직접 길러 쓰는 더 레스토랑은 1986년 시작해 매년 미국 100대 레스토랑에 선정되는 곳이다. 그는 2009년에 미슐랭 가이드가 ‘2009년 뉴 레스토랑 베스트 10’에 꼽은 ‘차르 넘버 4’(숯불에서 고기를 가장 세게 구워낸 것 이란 뜻 )의 개장 및 메뉴를 담당했다.
그레코 셰프는 “한국에서는 로컬 푸드가 소비자 운동의 형식으로 진행되는 것과 달리 미국에서는 개인의 건강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컬 푸드란 소비지에서 반경 50km 이내에서 생산된 지역 농산물을 뜻한다. 장거리 운송을 거치지 않아 신선하고, 유통단계가 짧아 생산자에게 이익을 보장해주지만 값은 비싸다. 그는 “미국이 산업화를 거치면서 부자는 좋은 음식을 많이 먹게 됐고 노동자들은 싸고 빨리 즐길 수 있는 맥도널드를 찾게 됐다”며 “그러나 식재료들이 어디에서 왔는지, 진정한 가격은 얼마인지 모르고 지내는 사이 건강이 위협받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싼값에 많이 생산해내려고 하다 보니 유전자변형 옥수수가 미국의 토양을 파괴하고 광우병이 발병하는 것을 목도한 미국인들이 로컬 푸드를 찾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레스토랑 옆 1에이커(약 4047m²) 규모의 밭에 채소 20여 종과 허브를 키우고 있다. 올리브오일도 직접 만들고 돼지고기와 양고기도 직접 키워 사용한다. 그는 “올해는 직접 목초를 먹여 키운 쇠고기와 베리류(산딸기류), 직접 딴 꿀 등을 레스토랑에서 선보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레코 셰프가 리츠칼튼서울에서 선보인다는 캘리포니아 음식의 정체는 뭘까.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공존한다고 해서 흔히 미국 문화를 일컫는 말인 ‘멜팅 폿’, ‘샐러드 볼’이 캘리포니아 음식의 특성이라고 그는 말했다. 그는 “다양한 민족이 만들어낸 미국의 역사는 230년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캘리포니아의 식문화 또한 젊고 다양하다”며 “특히 5∼10년 전부터 셰프들이 미국 식문화의 전통을 세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잘 키운 제철 음식의 특성을 최대한 살리는 것도 캘리포니아 음식의 특징이다. “캘리포니아는 토양과 기후가 좋아 농·축·수산물의 질이 훌륭합니다. 원재료의 특성을 최대한 살리는 게 캘리포니아 셰프들의 원칙이자 철학입니다.”
그는 리츠칼튼서울에서 광어와 전복 등 캘리포니아 요리를 선보인다. 올리브오일에 살짝 데친 광어는 마늘, 인삼, 청경채, 뿌리채소 등과 함께 선보인다. 미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달고 새콤하고 짠 ‘밝은(bright)’ 맛”이 특징이다. 전복은 그가 직접 만들어 가져온 베이컨에 감싸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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