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커버스토리]차분男+차분女는 잉꼬, 신중男+덤벙女 궁합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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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합 딱! 결혼했을때 제일 잘 맞는 남-녀는?
성격-나이차로 본 결혼만족도 조사… 당신 커플은 어떤 조합입니까

‘성격 차이.’ 통계청이 지난해 발표한 ‘2010년 혼인·이혼 통계’에서 이혼 사유 1위(45.4%)로 꼽힌 키워드다. 그렇다. 배우자를 찾을 때 성격은 참으로 중요한 요소다. 그런데 이 성격이란 단어, 참 추상적이기도 하다. 대체 궁합은 부부가 어떤 성격일 때 잘 맞을까.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성격 차이.’ 통계청이 지난해 발표한 ‘2010년 혼인·이혼 통계’에서 이혼 사유 1위(45.4%)로 꼽힌 키워드다. 그렇다. 배우자를 찾을 때 성격은 참으로 중요한 요소다. 그런데 이 성격이란 단어, 참 추상적이기도 하다. 대체 궁합은 부부가 어떤 성격일 때 잘 맞을까.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새벽 3시. 잠이 오지 않는다. 주인의 타는 속도 모르고 신나게 바늘을 돌리는 책상 위 저 탁상시계가 오늘따라 얄밉기만 하다.

반년 전 친구의 소개로 만난 세 살 어린 그녀. 낮에 점심을 먹다 갑자기 이런 얘기를 꺼냈다. “오빠, 나 이제 맞선이나 볼까 봐.” 애써 웃으며 넘겼지만 사실 그 말의 의미를 나는 잘 안다. 그녀는 일종의 ‘최후통첩’을 날린 셈이다. 결혼 얘기만 꺼내면 화제를 돌리는 나를 상대로 확신을 주지 않으면 만남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최후통첩.

그녀는 사랑스럽다. 귀여운 얼굴에 늘씬한 몸매, 집안 배경까지 든든하다. 항상 덤벙대는 나를 자상하게 챙겨주기까지 하는 그녀를 두고 내 친구들은 그런다. “전생에 네가 나라를 구했나 보다.”

그런데 이상하다. 평생 함께할 생각을 하면 이상하게 마음에 걸리는 게 있다. 이유가 뭔지 곰곰이 생각해 봤더니 결론은 하나. 바로 성격이다. 그녀는 마음이 여리다. 내성적이고 생각도 많다. 또 작은 일 하나까지 꼼꼼하게 챙길 만큼 세심하다. 그렇다면 나는? 정반대다. 좋게 말하면 털털한 성격이지만 정확히 말하면 우유부단하다고 할까.

○ 성격 안 맞으면 아내는 불만?

사연의 주인공은 직장인 김민수 씨(35·서울 송파구)다. 그는 결국 결혼 3년 차인 친한 선배에게 고민을 털어놨다. 그랬더니 단호한 목소리와 함께 돌아온 대답. “성격이 안 맞으면 오래 못 간다. 연애할 땐 재미있지? 결혼해 같이 살면 답답해서 1년도 못 버티고 각 방 쓰고 대화도 없어질 거야.”

그런데 이게 웬걸. 결혼 11년 차인 다른 선배의 얘기는 전혀 달랐다. “결혼은 성격은 물론이고 취미까지 반대인 사람이랑 해야 잘 산다. 처음엔 시행착오가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서로 좀 달라야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거든. 성격이 달라야 행복한 긴장감도 유지할 수 있어.”

이런 고민. 결혼적령기 남녀라면 누구나 한번쯤 해보지 않았을까. 그래서 동아일보 주말섹션 ‘O₂’가 해답을 찾아보기로 했다. 아니, 해답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고민 남녀’에게 마음을 정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조언을 주고자 ‘듀오휴먼라이프연구소’와 함께 성격과 결혼생활 만족도의 상관관계를 조사해 봤다.

이번 프로젝트는 부부 500쌍을 심층 설문조사해 이뤄졌다. 조사 대상이 된 남녀는 20∼70대를 모두 포함했으며, 결혼 기간과 거주지, 학력, 직업, 소득, 자녀 수 등을 고려해 선정했다. 성격은 크게 5가지로 나눠 물었다. 결혼생활 만족도는 남편과 아내 각각에게 ‘당신의 결혼생활은 전반적으로 얼마나 만족스러운가요’, ‘당신은 배우자를 얼마나 사랑하나요’ 등 7가지 질문을 던져 점수를 매겨 그 평균을 냈다.

2005년 한 카드회사가 30, 40대 기혼남녀 396명을 대상으로 ‘다시 태어나면 현재 배우자와 결혼하겠느냐’고 물었다. 결과는 ‘그렇다’고 대답한 남성이 65.2%인 반면에 여성은 33.3%에 그쳤다. 2006년 통계청 사회통계조사에서도 ‘현재 배우자에 만족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응답한 남성은 63.2%, 여성은 51.3%였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도 아내(65.2점)의 결혼생활 만족도는 남편(69점)보다 낮게 나타났다(100점 만점. 점수 비교 시 그 차가 3점 이상이면 ‘유의미한’ 수준, 5점 이상이면 ‘확실하게 유의미한’ 수준으로 판단).

그런데 단순한 만족도보다 눈에 띄는 부분은 성격과 만족도 사이의 상관관계. 부부의 성격과 결혼생활 만족도는 통계적으로 꽤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왔다(유의확률 0.036, 95% 신뢰 수준에서 유의확률이 0.05보다 작으면 두 변수 사이에 유의성이 있는 것으로 본다).

한편 남편의 만족도와 부부의 성격은 상관관계가 두드러지지 않는 반면(유의확률 0.252), 결혼생활에 대한 아내의 만족도는 부부의 성격이 비슷할수록 높아지는 것(유의확률 0.024)으로 나타났다. 남편과 성격이 비슷한 아내 100명, 반대로 성격이 다른 아내 100명의 만족도 평균 점수를 비교해도 결과가 눈에 띈다. 남편과 성격이 비슷한 아내 100명의 만족도는 69.8점인 반면에 다른 아내 100명은 64.4점에 그쳤다.

아내의 만족도는 왜 남편과의 성격 유사성에 크게 영향을 받을까. 황희주 듀오 커플매니저 팀장은 “결혼은 현실이다. 연애할 땐 서로 다른 성격이 매력으로 포장될 수 있지만 결혼하면 반대되는 성격이 무관심, 또는 무(無)배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특히 여성의 경우 이러한 문제가 생기면 남성에 비해 적극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적어 무관심이 외로움으로 발전하고, 결국 만족도까지 떨어진다는 설명.

아내와 남편의 성격이 비슷하면 대화의 폭이 깊어져 만족도가 높아진다는 분석도 나왔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대화를 중시하는 여성들에게 그 대화의 깊이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는 ‘정서적 스킨십’”이라며 “상대방과 성격이 비슷할수록 정서적 스킨십이 매우 좋아진다”고 강조했다.

○ 덤벙대는 여성, 신중한 남성 만나면 고생?


미국의 한 심리학자는 성격이 맞지 않는 부부의 결혼 관계를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사자와 사슴이 결혼을 했다. 결혼 초기 사자는 사냥해서 얻은 고기를 사슴에게 대접했다. 사슴은 방금 뽑은 싱싱한 풀을 사자에게 대접했다. 신혼 때만 해도 둘은 배우자가 가져온 음식을 꾹 참으며 먹었다. 그게 사랑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설렘이 사라지니 음식에 대한 스트레스가 쌓였다. 결국 둘은 이혼했다.’

남성과 여성의 어떤 성격이 만날 때 사자와 사슴의 관계처럼 결혼생활 만족도가 떨어질까. 또 반대로 만족도가 높은 조합은 무엇일까. 이번 프로젝트 결과를 토대로 5가지 개별적인 성격 유형에 따른 만족도 수준 가운데 특이한 몇 가지를 들여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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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유형① 외향적 vs 내성적

남편의 만족도(70.6점)와 아내의 만족도(68.6점) 모두 둘 다 성격이 외향적일 때 가장 높았다. 눈에 띄는 결과는 아내의 만족도가 남편만 외향적일 때(아내는 내성적) 60.9점으로 매우 낮게 나타났다는 사실. 이에 대해 이미경 듀오라이프 총괄팀장은 “보통 남성은 털털한데 여성만 내성적이면 그 조합이 불만이 누적되기에 가장 쉬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남편이 ‘미안하다’는 한마디로 ‘쿨’하게 넘어갈 때 내성적인 아내는 불만을 가슴속에 쿡쿡 눌러둬요. 보통 결혼 2, 3년 차를 기점으로 아내의 만족도가 뚝 떨어지게 되는 거죠.”

성격유형② 비판적 vs 다정다감함

남편의 만족도는 아내만 비판적일 때(남편은 다정다감함) 71.4점으로 가장 높았지만 아내의 만족도는 같은 조합에서 61.6점으로 가장 낮았다는 결과가 눈에 띄는 부분. 주재선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다정다감하고 순한 성격의 남성은 어느 정도 자기주장이 있고 소신 있는 여성에게 본능적으로 끌린다. 반면 딱 부러지는 성격의 여성은 비슷한 성격의 남성을 만나야 말이 잘 통한다고 느낀다. 그래서 순한 남성을 만나면 오히려 우유부단해 답답하다고 느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성격유형③ 신중한 vs 덤벙대는

남편은 부부의 성격 조합에 따른 만족도 점수가 별 차이 없었지만, 아내의 경우 남편만 신중할 때(아내는 덤벙댐) 만족도가 62.6점으로 뚝 떨어져 특이했다. 결혼 17년 차인 신수진 씨(45·주부)의 말이다. “보통 남편은 아내가 평균 이상으로 꼼꼼하게 잘 챙겨주길 기대하더라고요. 남편이 신중하고 꼼꼼한 성격이면 그 기대치는 더 올라갑니다. 저는 덤벙대고 정리정돈을 잘 못하는데 우리 남편은 성격이 정반대예요. 설거지 하고 나면 그릇에 물기가 남았다는 것까지 남편이 잔소리를 하죠. 그게 제겐 엄청난 스트레스가 됩니다.”

성격유형④ 흥분을 쉽게 하는 vs 차분한


남편의 만족도(74.2점)와 아내의 만족도(73.2점) 모두 둘 다 성격이 차분할 때 아주 높았다. 남편의 만족도는 조합에 상관없이 대체로 높은 수준이었지만 남편만 흥분을 쉽게 할 때(아내는 차분함)는 65.4점으로 낮았다. 반면 아내의 만족도는 둘 다 성격이 차분할 때를 제외하곤 63∼64점대로 대체로 낮아 남편과 대조됐다.

성격유형⑤ 개방적인 vs 보수적인

아내의 경우 만족도는 조합에 상관없이 64∼65점대로 비슷했다. 하지만 남편의 만족도는 둘 다 보수적일 때 70.9점으로 매우 높은 반면에 여자만 개방적(남편은 보수적)일 땐 64.5점으로 가장 낮아 특이했다. 다음은 황희주 팀장의 설명. “교육자 집안 출신의 공무원 남성과 성악을 전공해 유학까지 다녀온 여성이 결혼을 했어요. 그런데 결국 얼마 전 이혼했죠. 좀 고지식했던 남성이 톡톡 튀면서 개방적인 여성의 사고방식을 따라가질 못했거든요. 연애할 땐 개방적이고 활발한 여성을 찾는다고 하죠? 하지만 막상 배우자감으론 여전히 80% 이상의 남성이 다소곳하고 보수적인 여성을 바라는 게 현실입니다.”

○ 누나를 만나면 행복하다?


동갑내기 부부인 김상훈 씨(37·회사원)와 이미정 씨(37·교사). 결혼 6년 차인 이 둘은 성격이 비슷하다. 생각하는 가치관이나 취미까지 닮았다. 서로 집안일을 나눠 하고 상대방을 먼저 챙겨주는 모습에 주변에선 천생연분이란 소리까지 자주 한다.

싸울 일이 없을 것 같은 이 부부. 하지만 의외로 다툴 때가 꽤 많다. 특히 한 번 다툼이 생기면 쉽사리 정리가 되지 않는 게 문제다. 이에 대해 이 씨는 “평소엔 친구같이 편하지만 부부싸움을 하면 평행선을 달리는 것 같다. 답답하다. 아무래도 나이가 동갑이라 그런 것 같다”고 토로했다.

실제 이 부부의 갈등에 ‘나이 차’란 키워드가 영향을 끼쳤을까.

이번 프로젝트에선 부부의 나이 차에 따른 각각의 결혼생활 만족도도 조사했다. 결과는 흥미로웠다. 최근 불고 있는 ‘연상녀-연하남’ 열풍을 증명하듯 아내가 연상일 때 남편과 아내 모두 대체로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남편의 경우 ‘아내가 1∼3세 연상일 때’ 72.9점으로 만족도가 가장 높았고, 다음으론 ‘아내가

4세 이상 연상일 때’(70점), ‘남편이 1∼3세 연상일 때’(69.5점), ‘동갑일 때’(68.4점), ‘남편이 4세 이상 연상일 때’(67점) 순이었다.

아내의 경우에는 ‘아내가 4세 이상 연상일 때’ 70.1점으로 만족도가 가장 높았다. 그 뒤를 ‘아내가 1∼3세 연상일 때’(65.8점), ‘남편이 1∼3세 연상일 때’(65.1점), ‘남편이 4세 이상 연상일 때’(64.5점), ‘동갑일 때’(62.9점) 순이었다.

남편이 연하일 때 만족도가 높은 이유에 대해 박지훈 씨(33·공무원·아내보다 두 살 연하)는 “남편이 가장이란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아무래도 아내가 연상이면 경제력, 가사 결정 등 각종 책임을 함께 떠안아 주니 남편이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적게 받죠. 남편이 가부장적인 권위를 덜 내세우니 아내 역시 마음이 편해 만족도가 높을 겁니다.”

법무법인 장백의 이석우 변호사는 갈등 해소 부분에서 ‘연상녀-연하남’ 부부가 지닌 장점을 들었다. 부부싸움 때 최선의 해결책은 역시 대화. 남편이 아내보다 나이가 크게 많을 땐 보통 남편이 과묵한 리더십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해 갈등이 제대로 봉합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반면 아내가 연상일 땐 아내가 감성적이고 적극적인 대화로 갈등 해결에 나서 부부 갈등이 장기화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2000년 미국 코넬대의 신시아 하잔 교수는 사랑의 유효기간을 30개월로 규정했다. 사랑에 유효기간이 있다 할지라도 결혼엔 유효기간이 없는 게 최선. 그리고 성격은 결혼의 유효기간을 결정짓는 핵심 키워드일 가능성이 크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2000년 미국 코넬대의 신시아 하잔 교수는 사랑의 유효기간을 30개월로 규정했다. 사랑에 유효기간이 있다 할지라도 결혼엔 유효기간이 없는 게 최선. 그리고 성격은 결혼의 유효기간을 결정짓는 핵심 키워드일 가능성이 크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동갑일 때 남편과 아내 모두 만족도가 특히 떨어진다는 결과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와 관련해 황상민 교수는 “부부의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는 나이라는 기준은 특히 다툼이 생기면 표출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동갑이라 서로 양보할 수 없다는 심리 기제가 갈등 시 발동해 그 갈등을 만성화시켜 결국 부부생활을 힘들게 한다는 얘기다.

아내와 동갑인 원종훈 씨(42·시나리오 작가·결혼 12년 차). 그에게도 친구 같은 아내가 너무 편해 가끔 함부로 대할 때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부부가 나름의 해결방안을 찾았다. “우리 부부는 연애를 3년 하고 결혼했지만 아직 서로 존댓말을 씁니다. 감정이 상할 때면 오히려 더 극존칭을 써요. 편할수록 어렵게 대하기. 이게 우리 부부가 살면서 터득한 부부싸움 방지 노하우죠.”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결혼만족도#성격-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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